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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Feb 16. 2022

[19금] 율무차, 너는 성욕 감퇴제가 맞단 말이냐.

부제 : 버스 기사 생활 후 식욕, 성욕 상승하다

율무차, 너는 성욕 감퇴제가 맞단 말이냐.

부제:기사 생활 후 식욕, 성욕 상승하다





오랜 직장 생활과 사업자 생활을 거치면서 정신적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식욕은 살아있어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이 낙인 때도 많았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육체적 무력감으로 변신하여 몸을 괴롭혔다. 그나마 운동을 꾸준히 하여 체력 관리를 해서인지 큰 병치레는 없었지만, 미혼 시절 휴일에 무조건 뭔가를 하고자 집 밖을 나섰던 것은 결혼 후 자연스레 사라졌다.


버스 기사 생활 5년 간 가장 크게 바뀐 것이 있다면,

식욕과 성욕의 상승이다.


<해피버스데이>에도 언급했지만, 버스 회사의 식단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절밥이다. 스님의 무소유 생활을 동경하는 것인지, 스님들처럼 얌전한 중생들로 키우려는 것인지 식단은 연일 '풀밭'이다.




<해피버스데이> 제1장 버스 기사 생활 2-1 참조.

https://brunch.co.kr/@seoulbus/12



고기를 구경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 되어, 어쩌다 고기 구경이라도 하게 되면 식당은 미어터진다. 평소에 식사를 거르던(굶던) 기사들까지 모두 총출동이다. 그렇다고 양질의 고기도 아닌데 말이다. 가장 값싼 수입산 돼지고기 앞다리살 정도?


식단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대선공약처럼 노조 선거에서 언급될 정도다.

"식단 개선 TF를 꾸려 앞으로 우리 기사님들의 식사를... 어쩌고 저쩌고..."


유치원 어린이집 부실 식단 딱 그 정도다.

그래도 나이 먹어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안겨 주기도 하지만 이런 밥을 매일 먹어야 하는 자괴감을 동시에 안겨주기도 하여 딱 잘라 좋다고 할 수 없겠다.


스님들이 왜 육류 섭취를 안 하는 지 이제서야 알겠다. 공격적이지 않게 된다. 사람이 순해진다. 속이 편안하니 말도 편안해지는 것 같다. 스님처럼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묵언 수행'도 한다.


이러니 버스 기사들을 '보살'이라고 하지.

채식주의자들은 '선택'하여 그 길을 걷는 것이지만, 우린 강제로 채식주의자가 되어 간다.


나름 좋은 면도 있다.

건강식으로 여겨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혈당 등 다양한 건강 지표가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된다. 특히, 중장년층이 많은 버스 기사 특성 상, 아주 좋은 현상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을 위해 식단 마련을 한 것 같기도 하지만, 보다 '공격적이지 않은 중생 양성'을 위해 그리 식단을 짰다고 혼자 먼 산 보며 자위할 뿐이다. '어용노조'를 운영하려면 이런 것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영양사를 둔 대기업의 한식과 양식을 선택하라는 행복한 고민까지는 아니더라도,

풀밭에 변화를 주고자 스스로 셀프비빔밥을 해 먹는 기사들을 보면 안쓰럽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 물론 계란후라이는 없고 참기름은 있다.


그래서 버스 기사들은 밖에서 비빔밥을 사먹지 않는다.




좌측상단을 제외한 나머지는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의 식단. 좌측상단은 국내 유일 K운송그룹 생일상.


...



1일 2교대 버스 기사들은 하루 한 끼 이상을 회사에서 해결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해결한다. 풀밭에서 뒹굴다 마음껏 식사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집에 돌아오면 과식과 폭식, 과다한 육류 섭취 및 음주 등으로 간신히 정상 수준으로 돌려놓은 건강 지표들을 다시금 '위험 수준'으로 바꿔놓는다.


이때 식욕이 폭발한다. 밤 12시든, 새벽 1시든 술과 안주로 잠을 청하는 기사가 부지기수다. 이 때문인지 위장병과 간질환, 콜레스테롤과 당뇨 환자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아니 많다. (그래서 운동은 필수다)


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종이 아니다보니, '본능'에 충실하여 '본능적'으로 변하게 되는 듯 하다.

식욕은 그렇다치고, 성욕까지도 폭발한다.


내 나이 50세. 불과 5년 만에 성욕이 가장 활발했던 20대 중후반의 그 혈기가 다시금 스물스물 올라온다.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생물학적으로 9일마다 찾아오는 남성의 성욕주기가 40세 이후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온 몸을 휘감는다. 누군가는 건강해지는 증세(?)라고 위로한다. 위로라니... 아니다. 맞다. 위로 맞네. 


아내는 연일 슈퍼맘으로 지내다보니 피곤하여 목석처럼 누워있으니 위로가 맞다. 아내를 뒤로 하고 스스로 제어할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율무차와 고사리.


매일 한 잔 이상 율무차를 먹는다. 남들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먹을 때, 나는 율무차다. 자판기 메뉴 담당자는 왜 율무차가 이렇게 잘 팔릴까 고민할 정도로. 


한방에서 고증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야의 고수들이 알려준 바에 따르면 율무는 원기를 하락시키는 이른바, '성욕감퇴제'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이 나이에 감퇴제라니. 들끓는 청춘도 아닌데 실제 그렇다. 


고사리는 다행히 풀밭식단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어서 별도로 구입해 먹지 않아도 된다. 이게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머리 쓸 일이 없으니 몸이 꿈틀댄다.
본능이 살아난다. 건강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좀비처럼 우드득하고 온 몸에 피가 끓는다.

오늘이 그 날인데 아내는 눈길도 안 준다.


손가락 벌레로 스물스물 기어가 아내 발가락부터 공략을 해봐야겠다.


에잇. 아니다.

율무차 한 잔 마시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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