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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Mar 09. 2022

버스 간격은 인성이다.

버스 간격은 인성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버스 간격은 정시성과 직결된다.

제 시간에 정류장에 도착해야 하는 것, 지하철의 시간처럼 말이다.

버스 간격이 벌어지면, 혹은 줄어들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서울 시내버스 간선 노선의 경우, 대략 4~6분 사이다.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그렇다. 10분을 넘어가는 노선은 별로 없다. 그 만큼 버스 대수도 많단 의미지만, 정시성이 중요하단 의미도 된다. 


이런 배차 간격을 무시하고 앞차와 붙게되면 뒤따라오는 버스는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앞차가 벌리고 간 간격만큼이나 승객이 버스정류장에 쌓이게 되기 때문이다. 뒤차는 승객을 계속 많이 태우게 되고,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버스 간격은 버스 기사 인성의 문제다. 희생 여부의 문제다.

일반 승객들은 별 흥미를 못느낄 만한 주제지만, 버스 기사에게 간격은 생명줄과도 같을 정도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주먹다짐까지 일어날 정도로 민감하다.


"왜 벌리고 가는 거요?"

"신호등이 계속 파란불인걸 어째!"

"그래도 뒤차 배려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오?"


위 질문에 두 종류로 대답하는 부류가 있다.


하나는 "미안하오. 내가 좀 빨랐네요."

또 하나는 "당신이 못쫓아 온 거 아니오!"


사람마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음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막상 이런 상황이 오면 성인군자라도 화를 참기 어렵다.


상황 설명을 덧붙이자면,

(배차 간격을 4분이라 가정하고) 앞차를 A라 하고 뒤차를 B라 했을 때, A는 운(?)이 좋게도 버스 정류장에 아무도 서 있지 않았고, 신호등 파란불 3~4개를 연속적으로 받아 순식간에 앞차와 붙게 됐다. 뒤를 따르는 B는 버스 정류장마다 승객이 줄줄이 승차하고, 신호등도 계속 빨간불에 정차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A는 간격이 1~2분이 될 것이고, B는 8~9분이 될 것이다.



한적한 시골길이 아닌 이상, 8~9분 사이 승객이 누적되는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평소 2~3배의 승객이 기다리고 있는 중일 것이다. 출퇴근 때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운전대를 놓고 휴게실에서 만나는 선후배들의 인성은 대다수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은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운전대를 잡으면 다들 돌변한다는 데 있다. 시간이 넉넉해도 급하다.


일반 자가용 운전자들도 그런 편인 듯 하다. 그러나 영업용, 특히 버스 기사들에게 운전대는 심박수를 높이는 마법의 지팡이처럼 요물이다. 잡으면 급해진다. 그래서 뒤차와의 간격은 아랑곳 없다. 어떤 기사는 앞만 보고 가라고 한다. 앞차와의 간격만 중요할 뿐이란 얘기.



...



일반 승객들은 버스가 갑자기 천천히 가거나, 갑자기 빨리가면서 난폭 운전하는 것을 여러번 경험했으리라. 모두가 여기에 기인한다. 다른 이유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화장실이 급한 것 제외하곤.


추운 겨울날, 버스 정류장에서 '왜 이렇게 버스가 안 오지?'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승객이라면 위에 적시한 사유를 한 번쯤은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버스 간격이 너무 길다 싶으면 급출발, 급제동을 할 수도 있다. 간격을 맞추려고 애를 쓰는 중인 것이다. 간격이 맞춰질 진 모르지만.





http://naver.me/FHYJi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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