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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Apr 27. 2022

대한민국에서 평등할 수 있는 장소 세 곳.

도로위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도로위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대한민국에서 평등할 수 있는 장소가 딱 세군데 있다.


첫 번째는 군대 훈련소.

같은 머리, 같은 복장을 하고 이름도 없이 번호로 불려지는 그 곳. 남자라면 겪어봤을 그 평등함의 끝판왕이라고 생각됐던 20대 초반 시절의 우울함 한 판. 제대할 때 그 우울함이 우쭐함으로 변질돼 있기도 했지만.


두 번째는 대중 목욕탕.

모든 것을 훌훌 벗어던지고 태초의 몸으로 말하게(?) 되는 대중목욕장. 다중이용시설인 만큼 누가 뭘 하다 여기 세신사 침상에 누워있는 지 관심 없다. 대기업 총수든, 기업 면접을 앞두고 1년 만에 대중목욕탕에 온 백수든, 모두가 평등한 곳이다. 아니, 평등을 나타내는(?) 곳이다.


세 번째는 도로 위.

접촉 사고날 뻔한 상황에서 이렇게들 싸운다. 젊은이와 노인 간 다툼이다.


"야 이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너는 애미애비도 없냐? 너 나이가 몇이야?"


도로 위에서 나이는 상관없다. 자동차만 있을 뿐.

나이든 고령 운전자나 20대 초반의 초보 운전자나

교통 경찰의 호령에 따라 움직이는 '매개체'일 뿐이다.

물론, 자동차 운전석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그렇단 얘기다.


교통 질서를 누가 해치는 지에 대해서만 판단한다. 졸음운전이나 난폭운전, 보복운전, 음주운전 등을 가려낼 뿐이지, 그 운전자의 기타 상황(자산이나 직업 등)은 별 영향이 없다.


그 만큼 평등하기 짝이 없는 이 도로 위에서는 각자의 나이를 불문하고, 교통 질서에 대한 인식과 인성만이 서열을 정할 뿐이다. 물론, 다툼 발생 시 '반말'은 자제해야 겠지만, 그 외의 상황을 엮어 '내가 너보다 한 수 위'라는 식의 생각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조폭이든 국회의원이든 음주 단속 경찰에 걸리면 면허 취소 및 정지는 자명한 사실이니까.







그래서, 도로 위에서는 조심해야 하며, 또 조심해야 한다.

어떤 가족을 해칠 지 모르는 상황이 10초 후에 발생할 지 모른다.

항상. 항상이다. 언제나. 누구든 예외없다.


막무가내식의 단순 명료한 무질서파들은 도로에 나오지 마시라.

자신의 차량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된다면 도로에 나오지 마시라.

신호등을 무시하고 무단횡단해도 된다고 늘 생각하는 사람은 도로에 나오지 마시라.

자신이 잘못해놓고도 미안하다는 제스처(손짓 등) 없는 사람은 도로에 나오지 마시라.


특히 도로 위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기에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가 생활화 되어야 함에도 그 한 마디 하길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말이 어려우면 손짓이라도 좋으련만. 한 가족을 박살낼 뻔한 상황을 만들어놓고도 미안함없이 유유히 사라지는, 혹은 고마움없이 털털히 흘러가는 그들의 뒷꽁무니를 보면 '언제쯤이면...'이란 생각이 든다.


언제쯤 의식 수준이 달라질 것인지.

남에게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한 미안함을 장착하게 될 것인지.


본인이 겪은 바에 의하면, 중장년층이 교통 질서를 흐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부이긴 하지만 버스 안에서든, 정류장에서든, 그들의 행동거지는 교육받아 마땅하다. 몰라서 그런 것도 많기에.



교육 받았으면 좋겠다. 진심.버스 내부 TV모니터를 활용하면 된다.
서울시 버스정책 담당부서에서 영상 자료를 만들면 된다.
왜 안 하는가.



공익광고나 캠페인이란 명분으로 내보내면 된다.






버스 예절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지 궁금하다.



문제 하나.

3명의 승객이 탑승합니다. 2명은 제대로 태그하여 승차했으나 나머지 1명의 카드에서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1)죄송하다고 하고 그냥 들어간다.

2)다른 2명 중 1명이 카드를 태그한다.

3)다른 2명 중 1명이 추가 1명이라고 버스 기사에게 말한 후, 기사가 1명을 추가 입력하면 태그한다.

4)돈 없다고 하고 바로 내린다.



아주 볼품없는 문제지만, 이걸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진정 이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준공영제 시행 18년. 카드 태그 시스템도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도 '다인승 승차' 시 태그 방법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정답은 3번.

2번의 경우, 버스 기사의 추가 입력 없이 태그해 버리면, 해당 카드 태그자는 '하차입니다'라는 메시지만 뜰 뿐이다.


준공영제 이후, 요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상황이 대폭 줄었고, 이런 승객때문에 지연 운행하느니 무료 승차시키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환승 규칙이나 부정 승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대충 찍으면 되겠지. 뭐...'

그렇다. 대충 찍어도 된다. 혼자 탈 때만 그렇다.


다인승 태그 시 제발 버스 기사 입력 후 태그하길 기원해본다.

버스는 아직 AI 음성인식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버스 기사에게 해당 인원 수 입력할 시간을 줘야 한다.



성질급한 다인승 태그자는 버스 기사 입력 전에 1인분을 태그하여 들어가고,
버스 기사는 다인승을 입력하기도 전에 들어가는 그를 불러세우고,
그보다 더 성질 급한 뒷사람은 그런 사람 덕분에 혼자 탔음에도
2인분의 요금을 지불하기도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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