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얼굴 다른 속살, 격일제와 1일 2교대, 급여 등 차이 커
▶식사
경기도 시내버스는 종일 회사에 붙어있어야 하기에 세 끼를 모두 회사에서 해결합니다. 18시간 이상 근무하기 때문에 간식거리나 피로 회복제를 휴대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반면, 서울 시내버스는 오전반은 두 끼, 오후반은 한 끼를 회사에서 해결합니다. 하지만 굶는 기사들도 꽤 됩니다. 식사의 즐거움은 없습니다. 그저 생존을 위해 먹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차 & 청소
경기도 시내버스 버스 기사들은 운행 외에도 할 일이 많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때때로 세차를 해야 합니다. 눈이나 비 등 악천후 시, 겨울을 지난 봄날, 물때 끼기 쉬운 여름 장마 후 등 다양한 이유로 버스가 더러워지면 세차를 해야 합니다. 세차기를 돌려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겠지만, 세차 후 물기 제거와 걸레질은 기사 몫입니다.
운행 후 실내 청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닥 물걸레 청소와 손잡이 걸레질은 기본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서울시는 위생 방역을 위해 아웃소싱 업체가 소독을 담당하지만, 경기도 시내버스는 기사가 운행한 버스를 스스로 소독해야 합니다.
주유(충전)와 운행이 끝난 버스의 청소와 마감을 해야 하기에 피로도는 극에 달합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아침에 입었던 셔츠가 퇴근쯤 되면 너덜너덜해지기도 하죠. 청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제삼자가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20시간 근무 후 청소는 쉽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일부 회사의 경우 청소 대행업체를 두고 실내 바닥과 손잡이 등 걸레질을 모두 맡기기도 합니다. 또한, 오전반, 오후반일 때 배차 간격에 따라 청소 당번이 정해지기도 하며, 스스로 더럽다고 생각하면 청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서울 시내버스에서 자신이 운행하는 버스가 계속 깨끗하다면 계속 누군가가 청소를 해 놓았다고 생각하면 맞습니다.
청소를 안 하는 기사는 몇 년간 한 번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과 ‘짝꿍’인 기사가 깔끔한 성격이라면 말이죠.
일부 서울 시내버스 회사에 차고지가 넓은데도 세차기를 설치하지 않고 세차 인력 4명이 ‘손 세차’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실내까지 깔끔하게 단장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데, 매우 부럽더군요.
▶민원 신고 건수
아마도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민원 신고일 겁니다. 질과 양에서 모두 서울이 압승입니다.
‘준공영제’라는 말처럼 서울시민들은 버스 기사를 대체로 ‘공무원급’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일어나는 모든 민원을 다산콜센터에 문의하듯이 서울시 시내버스에 대한 높은 애정(?)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필자 생각으로는 서울시 지원금이나 시내버스 기사의 급여를 높은 수준으로 알고 있어 승객은 자신이 낸 세금으로 시내버스가 운영된다고 믿는 게 아닐까 합니다. 버스 기사가 운행 외에 잠깐이라도 딴짓을 하면 신고할 확률이 높습니다. CCTV 확인 결과 정당한 사유로 판정이 나면 신고자에게 결과 통보를 하고 넘어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버스 기사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서울시 시내버스 기사들은 대부분 노심초사합니다. 승객들에게 친절하려고 애쓰며 서행을 기본으로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자 노력합니다.
반면 경기도는 민원 건수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지자체 지원금도 거의 없어 월급도 적은 경기도 시내버스 기사들을 ‘좀 봐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 적은 지에 대한 공식적 통계 자료가 없어 소상히 설명할 수 없지만, 신기하게도 체감상 그렇습니다. 서울시는 버스 회사에 지원금을 많이 지급한다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져서 그런가, 민원인의 세금 사용분에 대한 반대급부 행동쯤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최근 ‘준공영제’ 바람이 불며, 전국 지자체에서 ‘버스 공영화’가 지속해서 시행되는 시점에서 보면 곧 서울처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버스 내 쓰레기통 비치
서울시는 있고, 경기도는 없습니다. 일부 경기도 시내버스에도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 없습니다. 이 쓰레기통 하나가 버스 실내 위생 상태를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일부 승객들은 쓰레기통이 눈앞에 있어도 바닥에 버리곤 하는데요. 버스 기사들은 ‘쓰레기가 쓰레기를 버린다.’라고 생각합니다. 치킨 뼛조각부터 고구마 껍질, 귤껍질, 과자부스러기, 사탕 껍질, 땅콩 껍데기, 음료수 캔 등 일반 쓰레기부터 명함, 신용 카드, 학용품, 가방, 우산 등 분실물까지 생각보다 많은 ‘이물질’들이 운행 후 발견되곤 합니다.
버스 쓰레기통 비치가 버스 기사의 일거리를 덜어주진 않지만, 실내 청결을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음료수 등 휴대 여부
음료수 휴대 여부는 서울시는 안 되고 경기도는 됩니다. 아주 불합리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는데요. 경기도민은 버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되고, 서울시민은 안 된다는 것이 이상하죠.
※책 발간 이후 이 부분은 실제 경기도에 문의한 결과, 경기도도 휴대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2018년 1월 4일 서울시 조례에 따라 서울시 시내버스에서는 일회용 음료수를 휴대하고 승차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경기도 시내버스는 가능합니다. 이를 막으면 민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필자는 경기도 시내버스 재직 시 이런 승객을 승차 거부했습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6조 운수 종사자의 준수 사항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필자는 이를 ‘정당한 사유’라고 해석했습니다.
대부분 순순히 승차 거부에 응했습니다만, 예기치 못한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서울시와 달리 경기도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공용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디다 버리란 거냐”라는 항의를 매우 많이 받았습니다. 필자는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음료수는 승객 스스로가 휴대하지 않는 것이 버스 기본예절이라고. 서울은 승차 거부가 되는데, 경기도는 안 된다는 게 웃긴 현실입니다.
▶사고 후 대처
버스 기사 관점에서 가장 큰 차이일 수 있습니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시내버스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무급 승무 정지’를 당합니다. 사고가 크든 작든 말이죠.
대체로 견적 1,000만 원 이상이라면 해고(권고사직)를 통보받죠. 사직서를 써야 합니다. 그렇게 버스 인생이 끝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버스 기사는 무사고를 ‘금’보다 귀한 가치로 여깁니다.
서울 시내버스는 조금 다릅니다. 무조건 해고하지 않습니다. 또한, 바로 무급 승무 정지를 하지도 않습니다. 징계위원회가 소집되는 시간까지 배차를 받습니다. 징계위에서도 앞서 상벌제에서 언급했지만, 해고까지 가지 않습니다. 대부분 무급 승무 정지 5일 이내로 끝납니다. 사망 사고 혹은 면허 정지 및 취소에 해당하는 사고가 아니라면 말이죠. 노조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물론 사고 예방과 무사고가 가장 중요하지만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사고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부분이 버스 기사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