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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Oct 29. 2021

[해피버스데이] 제1장 7.버스 기사 의 생활 1-1

수습, 서비스업, 근무 형태, 운전 습관(테너지)

버스 기사의 생활 1-1 : 수습, 서비스업, 근무 형태, 운전 습관(테너지)

버스 기사는 감정 노동자입니다.



필자는 버스 기사가 되기 전, 큰 차를 운전하는 기술은 궁금했지만, 버스 기사의 생활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버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생활이 매우 궁금해졌죠. 세간에 알려진 바도 없고, 어떠한 자료도 없었으며, 그 흔한 SNS 활동을 하는 버스 기사들도 드물었습니다. 


버스 기사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현실적 정보’를 주는 채널은 거의 없었습니다. 버스 업계는 다소 폐쇄적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버스 업계 종사자를 통해 듣거나 인터넷을 뒤적이는 수밖에 없는데 초보자 관점에서 매우 답답할 노릇이었죠. 


그들의 생활은 분명 사무직과 다를 텐데, 근무 형태는 어떻고, 휴식이나 식사, 복지 등은 어떤지 매우 궁금해졌지요. 이런 폐쇄적 분위기 때문에 직접 취업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기사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길 바랍니다.


직접 근무를 해 보니 이전의 궁금증들이 거의 해소되긴 했지만, 씁쓸한 면도 적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폐쇄적이라기보다는 그러한 ‘흔적’을 남길 여력이나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근무 시간은(2교대의 경우) 일반 사무직과 별반 다를 바 없는데 말이죠.


버스 기사가 되고 싶은 준비생들이나 중장년층들을 위해 이번 콘텐츠는 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세밀하게 서술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특정 업체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이솝우화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라는 말이 있듯, 선의로 한 일이라도 결과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에 모든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필자는 버스 기사의 생활을 공개하되, 장단점을 적절히 섞어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아서 온라인 정보나 서적 등에서 언급되지 않은 ‘현실적’인 것들 위주로 서술했습니다. 누군가에겐 장점이 단점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그 또한 필자가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합니다.



▶견습 & 실습, 그리고 수습


버스 회사들도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정규직이 되기 전 ‘수습(인턴)’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업무 숙련도를 높여 회사에 녹아들게 하려는 시간인 셈이죠. 버스의 노선을 외우고,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다시 ‘견습’과 ‘실습’이라는 과정으로 나뉘는데, 견습은 직접 운전하지 않고 노선만 익히는 과정이며, 실습은 직접 운전을 통해 노선뿐만 아니라 신호 체계, 승객 동선 등을 더욱 자세히 습득하는 시간입니다. 본래 ‘수습’과 ‘견습’은 같은 의미의 단어인데, 버스 업계에서는 견습, 실습, 수습의 단계로 나누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대다수 버스 회사들은 견습과 실습 때 임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짧게는 2~3주, 길게는 1~2개월을 무임금으로 임합니다. 다만, 서울의 경우는 실습자만 ‘실습비’ 명목으로 지급합니다.  하지만 실습비도 회사마다 제각각입니다. 견습비는 없는 것이 보통이지만 실습 시간과 실습비는 회사별로 매우 다릅니다. 


일례로, A 회사는 견습 5일, 실습 5일에 100여만 원을 지급하는가 하면, B 회사는 견습 20일, 실습 10일에 50만 원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전혀 지급하지 않은 타 회사보다는 낫지만 어떤 기준으로 지급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설명도 해주지 않습니다. 실습생이 일일이 질문하는 것은 현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책잡힐 일은 절대 아니지만, 책잡힐 것 같은 느낌이랄까.서울과 달리 경기도를 비롯한 대다수 버스 회사에서는 견습 및 실습 과정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취업 예정자들은 경제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무임금 기간’은 기사 생활을 마을버스로 시작하느냐,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시행하는 버스 기사 양성 과정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뒷장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마을버스로 시작하면 임금을 첫 달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견습 실습 기간도 매우 짧아 경제적으로 어렵진 않을 수 있죠. 반면, 버스 기사 양성 과정을 거치면 버스 회사에 취업하여 견습 실습 기간까지 합해 최대 3개월까지 무임금으로 견뎌야 합니다. 가정이 있는 경우, 견습 실습 기간에 아르바이트하기도 합니다.


대형 운전면허만 취득했을 뿐 대형 자동차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회사가 고스란히 그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지요. 회사의 입장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견습 실습 때 입사 예정자의 신분은 법적으로 ‘무직’이라, 경제적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러한 부분들도 점차 좋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이러한 견습과 실습의 과정을 거치면, 3~6개월간 수습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 신분은 확정됐지만, 사고, 민원 등이 없는 무결점의 시간을 보내야만 비로소 진정한 ‘정규직’으로 거

듭날 수 있죠. 그 이전까지는 사실상 살얼음판을 걷는 ‘파리 목숨’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퇴사 처리가 되기 때문이죠.


수습 기간에는 다양한 서러움(?)을 맛보게 되는데요. 우선 남들이 피하는 시간대, 운행 횟수의 불이익을 모두 감수해야 합니다. 배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신분이라 그저 ‘까라면 깐다’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별 탈이 없습니다. 온갖 서러움을 당해도 결국은 군 시절처럼 시계는 돌아가고 시간은 흘러갑니다.


수습 때 느낀 것이지만, 버스 업계는 다소 ‘군대’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법이나 위계질서, 복종이 암묵적으로 통용되고 있죠. IT 계열 회사에 불고 있는 서열 파괴나 민주적 의견 수렴 등은 거의 볼 수 없는 것이 버스 업계입니다. 그저 군대에 재입대했다는 심정으로 내려놓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수습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서러움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연공서열에 따른 ‘고정 차량 배차’를 받기까지 약 1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 세월을 보내야 하는데요. 인적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그렇습니다. 특히, 버스 업계에는 ‘촉탁직’이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63세의 정년이 지난 후에도 약 70세까지 재계약을 통해 연속 근무가 가능하여 신입 기사들의 고정 차량 배차는 매우 요원한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의 고정 차량을 배차받기 전까지는 ‘스페어’로 불리며, 이 차 저 차 모두 경험하게 됩니다. 시간대도 불규칙하고 ‘탕수(1회전=1바퀴=1탕)’도 불리하게 적용돼 총 운행 시간을 계산해보면 고정 기사들보다 많습니다.

고속버스도 마찬가지로 이 노선 저 노선을 경험하게 되며, 잠자리도 하루는 전라도, 하루는 경상도에서 숙박해야 할 만큼 불규칙적입니다. 이를 모두 감수하게 되면 비로소 진정한 ‘버스 기사’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업 종사자


필자는 스스로 버스 기사가 되기 전 그들을 육체적 노동자 즉, ‘블루칼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노동 강도는 항상 언론에 ‘중노동’으로 언급되며, ‘사회적 약자’로 소개되곤 했죠.


필자가 직접 버스 기사를 다년간 경험해본 바로는 버스 기사는 ‘사회적 약자’나 ‘블루칼라’도 맞지만, ‘감정 노동자(Emotional Labor)’에 가깝다는 걸 느꼈습니다. 감정 노동자란 주로 콜센터 근무자나 서비스업 중 ‘최종 소비자 접점’에 근무하는 직종을 주로 말합니다.


버스 기사도 그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온종일 ‘감정 소모’에 꽤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입사 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소리 중 하나가 ‘안전 운전’과 더불어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얘기였습니다.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고, 승객과 대화는 금지지만 위험한 행동이나 사고 유발 행동을 보일 때도 최대한 친절한 말투로 안내해야 합니다. 


특히, 승객의 언행에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되며 심지어 승객이 폭행해도 쌍방 폭행을 가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때리면 맞아야만 합니다.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괜한 시비를 거는 승객들에게 절대 화를 내지 않아야 합니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판매직 사원들의 언행을 참고하면 될 듯싶네요. 온종일 서 있으면서도 항상 웃으며, 고객의 요구에 친절히 설명해야 하며, 따귀를 때리고 무릎을 꿇리더라도(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정당방위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그들의 매뉴얼입니다. 그런 것 때문에 ‘소비자 갑질’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떠오르며 이슈화됐죠.


몇 년 전 ‘1,200원의 갑질’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그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백화점 명품 판매장에서 갑질을 하는 소비자와 비교를 할 순 없지만, 버스 요금 1,200원을 내고 갑질하는 승객을 그들과 비교하는 데는 필자도 큰 이견은 없습니다.


전국 운수 산업노동조합의 노동자 안전 보건 실태 조사(2009)에 의하면, 버스 기사의 우울 증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많이 나타났고 사고 경험이 있는 집단에서 직무 스트레스가 전체적으로 높게 파악됐으며 승객과 갈등이 있었던 집단에서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점수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화물차 운전자들 절반 이상이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는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우울증 유병률과 비교해 4배 높은 수치입니다. 버스 기사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버스 기사는 이러한 마인드를 갖추고 격일제 근무의 경우 하루 18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많게는 500~1,000여 명의 승객을 대하면서 말이죠. 매일 같은 몸 상태가 아닌데, 매일 같은 마인드를 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정 노동자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버스 기사의 생활이 절대 녹록지 않음을 여기서 처음 느끼게 되지요. 이러한 ‘서비스업’이 싫어 화물차로 떠나는 버스 기사들도 심심찮게 있습니다.



TIP. 감정 노동자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은 판매, 유통, 관광 등 서비스업에 주로 근무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과 다르게 고객을 응대할 때 발생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콜센터 직원의 경우, 고객에게 온갖 욕설을 듣더라도 상냥한 웃음과 서비스 정신으로 응대해야 하기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나아가 우울증, 스트레스 외상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수반할 때가 많다.

이에 최근 콜센터들은 상담 전 ‘지금 연결 중인 상담원은 당신의 가족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송출하여 고객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근무 형태(격일제, 1일 2교대)


<격일제 근무>

필자의 경험으로 보자면, 중형 버스(버스 전장 10m이내) 경우 만근이 보통 14일이며, 대형 버스(버스 전장 10m 이상)는 만근이 12일입니다.  만근 이상 근무했을 때 급여가 인상됩니다. 지방도 보통 만근이 13~14일 정도 되는데, 이런 경우 1일 2교대로 환산하면, 약 26~28일 근무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반 사무직의 주 5일 근무제를 적용하면 사무직보다 약 4~6일 더 근무한다고 보면 맞습니다.


지금은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근무 일수가 조금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급여도 함께 줄어들어 기사들은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 초과 근무를 원할 때도 많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만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기사도 많아졌습니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곳은 그나마 여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연차로 대체하여 만근을 채우는 예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급여가 확실히 줄어들게 되죠. 급여 부분은 제3장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격일제 근무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쉰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세밀하게 보면 매일 근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월 15일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격일제 근무는 1일 2교대(일반 회사)의 월 30일 근무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항상 피로와 졸음과 싸움이며 자기 관리가 매우 필요한 직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버스 회사를 제외하면 대다수 많은 노선이 격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속버스, 공항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마을버스(대다수 마을버스는 1일 2교대)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살인적 근무 시간을 강요받습니다. 휴식 시간이 부족해 식사할 시간도 없습니다.


“그래도 밥 먹을 시간은 있겠지”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시내버스도 종종 차가 막히거나, 사고 발생, 승객의 이의 제기로 인한 지연 도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기사들의 시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스 기사들은 신호등에 민감하고, 승객들과의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연착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매우 예민한 사안입니다.



<1일 2교대 근무>

현재 주로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버스 회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데요. 하루 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매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출근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실제 근무 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많은 버스 기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필자는 격일제와 1일 2교대제를 모두 경험해봤는데 장단점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2교대의 경우 전임, 후임 근무자의 시간에 따라 본인의 근무 시간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배차 시간표가 1주일 치 이상 공지되는 회사는 별문제가 없겠으나, 대체로 하루 전 배차 표가 공지되는 회사의 경우, 변수가 많아 출근 시간이 매우 유동적입니다.


오전반 오후반은 출근과 퇴근 시 반복 업무가 있습니다. 오전반은 현금 수거함을 설치하고, 차량 위치도 파악해야 하며, 실명제 카드 비치, 겨울철 차량 시동 여부도 매우 중요한 체크 사항입니다. 출발 시각은 다가오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매우 당황스럽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오후반은 반대로 현금 수거함을 수거하여 정리하고, 차량을 주차해야 하며, 차량 내외부를 빠짐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실명제 카드 수거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격일제가 1일 운행에 관한 모든 사항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면, 1일 2교대는 2명이 나눠서 점검한다고 보면 옳습니다. 이러한 확연한 특징 때문에 버스 기사 일부는 개인 성향에 맞춰 1일 2교대에서 격일제로, 격일제에서 1일 2교대로 상호 간 이직을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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