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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찬 Oct 29. 2021

[해피버스데이] 제1장 7.버스 기사 의 생활 1-2

수습, 서비스업, 근무 형태, 운전 습관(테너지)

버스 기사의 생활 1-2 : 수습, 서비스업, 근무 형태, 운전 습관(테너지)

버스 기사는 감정 노동자입니다.



▶연료 절감 장치. 운전 습관 체크(테너지·Tenerge)


테너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채기가 나오려는데 그것을 참는 기분 정도 될 겁니다.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으면 싶은데 강제적으로 하지 못하게 될 때의 그 답답함입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권 시내버스에는 버스 기사의 운전 습관을 점검하는 단말기를 설치해 매일 점검합니다. 주로 연비 향상을 위해 점수화한 것인데, 매월 혹은 매년 평가하며 상벌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연료 절감 장치라 불리는 테너지(Tenerge)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득해야 합니다. 어떤 회사는 일반 버스와 저상버스에 차이를 인정하고 80점, 85점의 커트라인을 두고 상벌제를 적용하고 있죠. 


급가속, 급제동, 탄력 운전, 평균 회전수(RPM), 변속 지시, 조기 변속, 과속, 공회전(3분 이상) 등의 항목을 두고 섬세한 조작을 요구합니다. 이 중 공회전은 3분 이하로 해야 하므로 겨울철 새벽 출근 시 큰 애로 사항입니다. 노후 버스는 운행을 시작한 후 1시간은 지나야 따뜻해지는 성능 때문에 3분 예열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패딩과 장갑 등 중무장을 하고 입김 나오는 버스를 운행해야 합니다.


버스 기사들을 독려하여 조금이라도 연료비를 절약하려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매년 총 65개 서울 버스 회사 중 40위(2019년 45위)까지 ‘성과 이윤제’를 지급하는데, 테너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버스 기사들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다소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버스는 현재 저상 오토매틱 버스의 테너지 점수가 매우 높게 채점됩니다. 일부 저상버스 기사들은 매번 점수가 너무 높아 일부러 감점 요인을 만들어 스스로 공평하게(?) 만들기도 하죠. 


반면 일반 수동 변속기 버스는 약간의 변속 실수에도 2~3점이 떨어지고, 특히 현대자동차 버스보다 대우자일자동차 버스의 점수가 더 예민하게 작동합니다. 대우버스의 테너지가 민감한 것은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건대,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RPM이 급상승하는 것을 보면 토크가 현대버스와 달라서 그런 듯합니다. 


동일 조건의 같은 압력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현대버스는 RPM이 서서히 오르지만, 대우버스는 RPM이 급히 오릅니다. 매우 예민한 것이죠. 그렇기에 일부 회사에서는 일반 버스와 저상 오토매틱 버스의 테너지 커트라인 기준점수를 달리 두기도 하죠.


또한, 테너지 점수를 유지하려면 이른바 ‘살살, 천천히’ 운전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앞뒤 차 간격 유지에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즉 테너지와 간격 유지는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죠. 언덕길에서 RPM을 높이지 못하기 때문에 뒤처질 수밖에 없고, 아예 테너지 점수를 확인하지 않는 회사도 있는데 이런 회사가 공동 배차에 속해 있다면, 동일 노선의 타 회사 버스 간격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버스 기사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어 오히려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수동 기어 버스를 운행하는 초보 기사 앞뒤로 저상버스가 포진해 있다면 그 초보 기사는 종일 진땀 흘리게 됩니다.


한편 경기도 모 버스 회사는 서울보다 세분된 정보를 제공합니다. 급출발, 급제동, 과속은 물론, 진로 변경, 앞지르기, 회전 반경, 중립 운전, 기어비 등에 대한 체크도 이뤄집니다. 회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일 버스 기사들에게 이와 같은 정보를 제공해 안전한 운전 습관을 고취하도록 독려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앞으로 평평한 도로에서 어떤 버스가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가고 있다면 ‘테너지 점수 올리는 버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립 운전에서 테너지 점수가 꽤 많이 향상되니까요.


결국, 테너지는 서울 시내버스에 근무하는 동안 뗄 수 없는 운명과도 같습니다. 안전 운전에 보탬이 되는 건 분명하니까요. 버스 기사 스스로 연료 절감 습관을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고속버스, 화물차 등 속도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경력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저상버스가 100% 보급되지 않은 현실을 놓고 볼 때,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필자 의견으로는 최근 전기 버스도 보급되는 과정에 있으므로 테너지 점수로 인한 버스 기사에 대한 압박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피버스데이> 바로가기

http://naver.me/FHYJi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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