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죠. 그렇다면 음력 5월 5일은 무슨 날일까요? 바로 단오(端午)인데요. 2019년의 단오는 양력으로는 6월 7일이에요. 단오의 단(端)자는 처음, 첫 번째를 오(午)자는 오(五), 다섯을 뜻해 곧 초닷새를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의미가 약해졌지만 일 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 하여 조상들은 설날, 추석과 함께 이 셋을 가장 큰 명절로 여겼다고 하는데요.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단오를 지냈어요.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날, 태양의 축제가 바로 단오인데요. 파종이나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던 단오 풍습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창포물에 머리 감기’죠. 조상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며 잡귀를 쫓고 복을 기원했어요. 이러한 풍습은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김매순의 <<열양세시기>>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조선 시대에는 현대인만큼 머리를 자주 감지는 않았다고 해요. 환경오염이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고, 화학적인 헤어 시술도 없었고, 머리를 빗어 틀어 올린 모양을 했으므로 쉽게 더러워질 이유가 없었거든요. 샴푸 등의 헤어 제품 없이 물로만 감아 말리고 빗는 것만으로 충분했어요.
사실 창포물은 오늘날의 샴푸보다는 트리트먼트에 가깝다고 해요! 창포의 탄닌 성분이 모발의 건조하고 손상된 부분을 메꿔 부드럽게 해주고, 풍부한 단백질이 건강한 머리카락을 만들어주죠. 살균, 방부 효과와 함께 좋은 향까지 났다니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던 단오풍습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요.
창포란?
우리나라 호수나 연못가의 습지에서 나는 다 년생의 초본. 키는 약 70cm 정도로 자라며 뿌리는 약용으로도 써요. 전국의 거의 모든 습지에서 자라지만 하천 개발 등으로 인해 자생지가 감소하고 있다고 해요. 출처: 야생화도감(봄)
자연 트리트먼트 창포, 창포탕 만드는 방법을 알아볼게요. 창포를 삶은 물을 창포탕이라 부르는데요. 창포탕을 만드는 방법은 창포를 베어 장독간에서 하룻밤을 재워 밤이슬을 맞혀요. 잎사귀는 떼어내고 줄기만 가마솥에 넣어 푹 끓이면 창포탕 완성! 이 때 창포탕은 약간 거무스름한 빛을 띠어요. 단오에는 특히 양기가 가장 왕성한
오시(午時- 지금의 낮 11시부터 1시)에 창포탕에 쑥을 넣어서 함께 삶기도 했어요.
조선 시대에는 단옷날만 특별한 머리 감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요. 단옷날(음력 5월 5일)에 창포탕으로 머리를 감았다면 삼월 삼짇날(음력 3월 3일)에는 동쪽으로 흐르는 냇가에서 머리를 감고 9월 중양절(음력 9월 9일)에는 국화 끓인 물에 머리를 감았다고 해요.
곱게 관리한 머릿결보다 조선 시대에 더 귀하게 여긴 것은 머리 길이와 머리숱, 그리고 검은색이었다고 해요.
풍성한 머리숱을 위해 본 머리에 다리*를 붙이는 얹은 머리를 하거나 가발을 높이 올리는 가채를 썼고요.길고 고운 머릿결을 위해 참빗과 얼레빗으로 머리를 빗은 후 곱게 기름을 발랐다고 해요. 얼레빗은 반달 모양의 나무 빗으로 한쪽으로만 성기게 빗살이 있어 엉킨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푸는 역할을 했고, 그 뒤에는 참빗으로
머리카락이 빠져나오지 않게 기름칠을 해 가며 마무리했다고 하네요.
*다리- 예전에, 여자들의 머리숱이 많아 보이라고 덧 넣었던 딴머리.
이때 사용한 기름은 동백, 산수유, 배추씨, 살구씨 등에서 추출한 자연산 기름을 사용했어요. 이 기름은 긴 머리카락의 엉킴을 방지하고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감았던 조선시대 여인들의 머리를 단정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했어요. 그중 인기가 있었던 동백기름은 머리 냄새를 없애주고 머리카락에 윤기를 돌게 해 가장 인기 있었어요!
머리카락을 검게 하기 위해 일종의 염색제도 있었다고 해요. 기름 두 되와 오디 한 되를 병에 넣어 볕이 안 드는 처마 밑에 석 달 동안 두고 바르거나, 푸른 깻잎과 호두의 푸른 껍질을 함께 달여 그 물에 머리를 감았는데요. 일시적으로 머리카락이 검게 염색되었다고 하니, 정말 신기하죠?
조선 시대의 머리카락 관리법을 알아봤으니 피부관리법도 살짝 알아볼까요? 유교사회였던 조선 시대에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얼굴 씻기였어요. 유교에서 몸가짐을 통해 마음이 드러난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서민들은 맹물로 정갈하게 얼굴을 씻었지만 미용에 관심이 많고 형편이 좋다면 쌀뜨물을 이용하거나, 쌀겨, 녹두, 콩, 팥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개어서 썼다고 해요. 이 중에서 녹두는 물을 섞어 문지르면 작은 거품이 일어나 더러움을 씻어내고 피부를 뽀얗게 해 인기였다고 해요.
조두(澡豆)로 불린 이 곡물가루는 ‘더러움을 날려 보낸다’라는 뜻으로 비루(飛陋)로 부르기도 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비노’로 바뀌었다가 오늘날 ‘비누’라는 단어로 쓰이고 있어요. 비누가 외래어가 아니라 조선 시대의 피부관리법에서 유래된 순우리말이라는 사실! 놀랍지 않으세요?
조선 시대 사람들이 머리카락을 관리하던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매년 단오가 되면 강릉단오제, 법성포 단오제, 전주 단오제 등 향토 풍속에 맞게 지역 축제가 열립니다. 단오제에서는 창포물에 머리감기 체험을 마련하기도 하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더운 여름이 오기 전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며 액을 쫓고 복을 기원했던 조상들처럼 조선 시대에 머릿결을 관리했던 풍습, 단오제에서 만나보세요!
[출처] 서울시교육청 블로그 '서울교육나침반'
https://blog.naver.com/seouledu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