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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교육청 Jun 29. 2018

마술로 수학, 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서울금옥초등학교 정혜란 선생님 인터뷰)



 

수업 시간에 마술을 보여주면
 순간적으로 아이들의
 엄청난 집중을 얻을 수 있어요.



선생님이 아이들의 몰입을 원한다는 것은 반대로 그만큼의 관심과 애정을 줄 것이란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울 금옥초등학교 정혜란 선생님은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 4기 회원이다. 전국교사마술연구회는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마술을 수업에 접목시키고 그 교수학습법을 공유 및 발전시킨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40여명의 선생님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마술 관련 교수학습법을 연구한다. 관 주도로 만든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관내, 관외 구분 없이 대전, 대구, 제주 등에서 선생님들이 참여한다. 제주에서부터 이들을 모이게 한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정혜란 선생님의 경우엔 ‘몰입’이었다. 


 

▲직접 마술을 시연해보이고 있는 정혜란 선생님



처음 교육 마술을 봤을 때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사람을 매혹시켰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났죠.
 나도 이렇게 몰입되는데 아이들은 더 집중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어요.   



그리고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술을 보여주며 수업을 시작하면 아이들은 즉각적인 흥미를 느꼈고 금세 수업에 빠져들었다. 모두가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 했으며 수업에 집중할 ‘준비’ 상태가 되는 마법이 일어났다. 마술은 그 이상의 몫도 톡톡히 해냈다. 이를테면 검은색 비닐 봉지에 파란색과 빨간색 공을 넣어놓고 아이들로 하여금 공을 꺼내게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무슨 색 공을 꺼내는지 볼 수 없는 상태였던 선생님이 공의 색을 정확히 맞춘다. 이 마술은 초등학교 6학년 수학 교과 중 ‘경우의 수’ 단원과 연계할 수 있다. 마술 도구엔 과학 원리를 활용한 것이 많아서 과학 수업을 진행하는 데도 안성맞춤이었다. 재미와 교육적 요소를 동시에 갖춘 것이다.


정 선생님은 무엇보다 ‘재미’를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재미가 있다면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전국교사마술연구회 활동도 마찬가지다. 정 선생님도 재미가 없었다면 의무 연수도 아니고 강제성이 없는 이 모임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드 마술’과 선생님의 특기인 사진을 접목 시킨 ‘포토 카드 마술’을 설명하고 있는 정 선생님


 무엇보다 ‘같이의 가치’를
알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연구회는 학년별로 나눠 서로 교수학습법을 공유한다. 교직 생활을 하며 쌓인 노하우를 나눌 수도 있다. 교육 인프라가 적은 분교에 방문해 봉사 나눔을 하기도 한다. 특히 동아리 내 소모임인 ‘스텝 타운’ 시스템은 전국교사마술연구회의 강점이다. 이 제도가 워낙 좋아 다른 동아리에서 벤치마킹해가기도 한단다.

  

‘스텝 타운’은 마술 동아리 내에서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교사들이 또다시 하위 그룹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텝 래퍼’에는 랩을 수업과 접목시킨 교수학습법을 공유하고 ‘스텝 역사’에선 역사 과목에 대한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우선 마술에 열정을 가지고 모인 교사들은 ‘스텝 타운’ 제도를 통해 관심사와 활동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    

 


▲정 선생님이 포토 카드 마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선생님은 이 제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지라 18년 동안 사진을 찍어 준전문가 수준인 정 선생님의 촬영 기술도 언젠가는 ‘스텝 포토’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정 선생님은 사진과 마술을 접목해 수업에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정 선생님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찍은 명소 사진을 활용한 포토 카드 마술은 세계 지리 수업과 연계된다. 사진의 시각적 효과, 선생님의 생생한 설명, 마술의 현란함이 합해지면 이보다 재미있는 세계 지리 수업이 없다.

  

마술을 접목시킨 교수학습법은 아이들의 집중도를 갈구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관심을 쏟는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한다.



▲정 선생님이 아이들의 창작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태껏 제가 맡았던 아이 중에
 선생님의 애정과 관심이 통하지 않던 아이는 없었어요.
아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예 변하지 않는 아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교사의 애정과 더불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낀다는 정 선생님은 그래서 저학년보다는 보통 기피하는 6학년을 맡는다. 정 선생님이 조금이라도 더 에너지가 많을 때 더 큰 사랑을 주기 위해서다. 선생님의 품을 떠나는 연말이 되면 “3월에 제가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단다. 그럴 때 선생님은 뿌듯함을 느낀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공익광고 포스터 앞에 선 정혜란 선생님



정 선생님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교사들이 모였기 때문에 마술연구회의 에너지가 넘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술로 혼을 빼놓는’ 연구회 회장 김택수 선생님을 비롯해, 교육 마술 교구를 직접 제작하고 마술 접목 교수학습법을 책으로 낼 예정이라는 연구회의 구성원들. 이들의 활동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T.E.Pmagic.edu/), 카카오톡 플러스친구(플친에서 스텝매직검색)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간단한 마술 교수학습법은 동영상으로도 업로드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둘러보기도 좋다.


 

▲스텝 매직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마술은 전문가여야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된다”는 정혜란 선생님의 말처럼, 고정관념의 장벽만 넘으면 교실 안에 마술 같은 신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글. 서울시교육청 시민기자단 김서진



*위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서울시교육청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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