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긴 돈가스 대신, 부드럽게 적신 김치 돈가스나베로

입천장 긁히는 바케트 대신, 부드러운 치아바타를 택하라

by seoul

“튀긴 돈가스 대신, 부드럽게 적신 김치 돈가스나베로”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 집,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훅 들어왔다.
앞집에서 고기를 굽는지,
달큼하고 기름진 냄새가 공기를 타고 스며왔다.

“엄마, 앞집에서 고기 구워 먹나 봐.
맛있는 냄새나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네, 우리도 고기 구워 먹자.”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아뿔싸, 냉장고를 열어보니 고기가 없었다.

고기라고 해봐야 냉동실 구석에 잠들어 있던 돈가스뿐.
이미 튀겨놓은 것이었다.

‘오늘은 좀 다른 방법으로 먹어보자.’
그렇게 떠올린 메뉴가 김치 돈가스나베였다.

물 두 컵,
김치 한 줌,
1분 육수링 하나,

참치액 1스푼,
설탕 두 스푼,

계란 물 1개,
그리고 튀긴 돈가스 한 장.
이 재료들을 자박자박하게 끓여내니
의외로 새콤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이거 괜찮은데?’
우연히 따라한 레시피였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뜨거운 김치 육수 속에서
돈가스가 부드럽게 적셔지며
튀김의 기름기가 싹 빠져나갔다.

그건 ‘실패한 기름진 하루’를
다시 부드럽게 덮어주는 맛이었다.

아이에게는 새로 산 이케아 접시에
미니 돈가스를 따로 담아줬다.
냉장고 털기 식단인 걸 눈치채지 못하게
먹음직스럽게 소스를 곁들였다.

“엄마, 오늘 고기야?”
“음, 돈가스. 오늘은 이렇게 먹어보자.”
“삼겹살은 아니야?”
살짝 실망한 눈치였지만
이내 “그럼 어제 먹은 소시지랑 같이 먹을래.”
하며 납득했다.

'돈가스 한번 먹어봐, 어때?'

돈가스를 한입 먹더니,
“맛있어!”
그 한마디에 긴장이 풀렸다.
소시지는 내일 먹자,
그 말에도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까탈스럽지 않았다.
부드럽게 넘어가 주는 아이 덕분에
나도 덩달아 마음이 편해졌다.

이상하게도,
기름에 튀긴 돈가스를 국물에 적셔 먹는 순간
묘한 위로가 느껴졌다.
세상의 바삭함에 지쳐 있던 마음에
따뜻한 국물 한 숟갈이 스며드는 기분.


세상은 늘 바삭하게 살라 하지만,

진짜 위로는 부드럽게 적신 한 그릇 안에 있다.


입천장 긁히는 세상 속에서도
오늘의 나베처럼 부드럽게,
조용히 온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삭한 하루도 결국은 적셔야 삼켜진다.
오늘의 위로는 김치 돈가스나베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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