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천장 긁는 속상함대신, 부드러운 계좌이체를 택하라

입천장 긁히는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치아바타를 택하라

by seoul

“없는 살림에 벌금이라니요”


고지서가 우체통에 꽂혀 있었다.
뭐지, 청구서? 세금? 아니면 또 무슨 안내문?
좋은 일일 리 없다는 건 직감으로 안다.

손끝으로 종이를 잡아당기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이미 현실이 되어 있었다.
‘나에게 온 소식이라니… 좋은 소식일 리 없는데.’

봉투에 적힌 발신처 — 벌금 고지서.
하… 또 뭐야.
7만 원쯤이겠거니 했는데, 숫자 아래 붙은 1이 문제였다.

13만 원.

사진에는 내 차 보닛이 또렷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적색 신호 위반.
“뭐래는 거야…”
익숙한 구간이었다. 친정집 갈 때마다 지나던 길.
조심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피하지 못했다.

문득 어젯밤 아이가 게임 머니를 사달라며 조르던 장면이 떠올랐다.
“엄마,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야. 이벤트라서 오늘까지만 싸!”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비싸. 다음에.”

그런데 그 ‘비싼 돈’이 오늘 벌금으로 나갔다.
아, 이 허무함이라니.

“엄마, 뭐야?”
“고지서야. 벌금 내래.”
“무슨 벌금?”
“신호위반인가 봐. 7만 원 정도 나올 것 같아.”
‘뭐, 7만 원쯤이야…’ 생각했는데,
웬걸 — 두 배였다.

나는 괜히 한숨이 났다.
“엄마, 많이 속상해?”
“응. 없는 살림에 벌금이라니.”

사실 그 돈이면
아이의 게임머니를 실컷 충전해 주고도 남았을 거다.
조금 후하게 베풀 수도 있었던 마음,
지금은 벌금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졌다.

아깝고, 어이없고,
무엇보다 마음이 씁쓸했다.
그날은 명절, 한적한 길.
“어쩜 이렇게 냉정할까…”
스스로 위안거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 위로도 되지 않았다.

결국 남은 건 이 생각이었다.


돈보다 더 아까운 건,

아이에게 아꼈던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아꼈던 내 하루의 기분이었다.


벌금은 내면 끝나지만,
기분의 상처는 그보다 오래간다.
그래도 오늘은 그냥 부드럽게 넘겨보기로 했다.
속상함을 꼭꼭 씹어 삼키며.



“없는 살림에 벌금이라도,
그 속상함까지 입천장을 긁히게 두진 말자.
부드럽게 넘기고, 다시 내일을 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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