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천장 긁히는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치아바타를 택하라
요즘 통 입맛이 없다.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건 없고,
뭘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고픈 배를 아무거나로 우걱우걱 채워 넣고 싶은 날이었다.
매 끼니마다 ‘뭘 먹을까’를 고민하는 게 이렇게 피곤한 일이었나 싶다.
그래도 다행인지, 안타까운 건지 —
아이는 크게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다.
똑같은 소시지 반찬에도 늘 “맛있다” 하며 잘 먹는다.
그날은 샌드위치를 시켰다.
시중 샌드위치는 아이 손에 들기엔 늘 크다.
속이 가득하고, 풍성한 건 내 입장에선 만족스러운데
아이 입장에서는 먹기 힘든 괴물 같은 크기다.
한 입 베어 물다 흘리고,
손으로 눌러보지만 여전히 넘친다.
“아이 손에선 넘친다” — 그 문장을 그날 처음 실감했다.
나는 괜히 짜증이 났다.
배고프고, 피곤하고, 마음이 거칠었다.
“그걸 그렇게 흘리면 어떡해! 좀 조심히 먹어!”
말이 버럭 튀어나왔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먹다 만 샌드위치가 식탁 위에 남았다.
졸음과 배고픔에 지친 아이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 잠든 얼굴을 보니 마음이 덜컥했다.
‘그게 뭐라고… 샌드위치 하나 때문에 화를 냈을까.’
요청사항에 항상 적어두던 문장이 떠올랐다.
“아이가 먹어요. 맵지 않게 해주세요.”
“매운 소스는 빼주세요.”
그런데 샌드위치에는 미처 생각이 닿지 않았다.
다음엔 이렇게 써야겠다.
“아이가 먹기에 너무 뚱뚱합니다.
조금만 날씬하게 해주세요.”
이전에도, 이번에도
아이가 불편해야 나는 배운다.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미안함과 방법이 함께 찾아온다.
입천장을 긁히게 한 건 바게트가 아니라
내 말이었다.
오늘은 그 부드러운 치아바타 샌드위치가
나와 아이의 마음을 모두 긁어버렸다.
그래도 내일은 다르게.
조금 더 부드럽게.
아이의 식탁에도, 나의 마음에도
입천장 긁히는 일 없이.
“부드럽게 먹이고, 부드럽게 말하자.
말도, 샌드위치도, 결국 삼켜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