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케트 보다, 날카롭게 베인 하루

입천장 긁히는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치아바타를 택하라.

by seoul

“입천장 긁히는 하루 대신, 부드러운 휴식을 택하라”


하루의 마감은 유난히 길었다.
나의 퇴사가 공식화 되었다.
내가 입을 떼는 순간, 공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하루만 더 생각해보면 어때요?”
그 말은 배려가 아니라 미련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곳은 더 이상, 서로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퇴사의사를 전하자
누군가는 놀랐고,
누군가는 기다렸다는 듯 안도했다.
그 미묘한 눈빛의 온도 속에서
나는 사람 사이의 계산을 읽어버렸다.

참, 사회란 냉정하다.
그리고 어떤 공간은
냉정함마저 인류애 없이 작동한다.

남은 시간은 버티기였다.
퇴근까지의 몇 시간이
하루보다 길게 느껴졌다.
이걸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마무리만큼은 깔끔히 하고 가자,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바스라졌다.
사람의 말보다 더 날카로운 건
무심한 분위기였다.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 게시판에 붙은 회사의 사내 캠페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코드 + 코드 = 코드.”
규정과 원칙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제 몫을 해야 전선을 통해 밝은 빛을 끌어올 수 있다.


회사가 만든 ‘조화의 메시지’였지만
오늘의 나는 그 문장을 조롱처럼 읽었다.
‘그래, 나는 이 회로에서 더 이상 어울리지 못한 코드였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동안,
묘하게 편안했다.

더이상 대응해 줄 의무도, 존중의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전선이 끊기면 전류는 흐르지 않는다.
그건 고장이 아니라 멈춤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입천장을 긁히게 만든 하루였지만
이제는 그만, 부드러운 휴식을 택하고 싶다.
싸우는 대신, 멈추는 용기.
증명하는 대신, 비워내는 결심.



세상은 냉정하고, 사람은 모순적이지만
나는 여전히 부드럽게 살아가고 싶다.



“버티는 것도 용기지만,
멈출 줄 아는 건 더 큰 용기다.
오늘은 입천장을 긁히는 하루 대신,
부드러운 휴식을 택한다.”



#인류애없는사회 #그들만의리그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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