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

이제는 뿌리째 뽑아야 할 때

by seoul

24화. 발치_이제는 뿌리째 뽑아야 할 때


치료 가능성은 50:50,

크라운을 씌울지, 임플란트를 할지 열어봐야 안다했다.

그 선택마저 현재로선 잇몸치료로 될 가능성 과

충치로 인한 손상인지 가능성을 두자면 후자는 불확실하나 가능성 있고,

전자는 임시방편이었다.

선택은 내게 달렸다고 했다.

치과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환자의 성향에 따라 결정돼요.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버티느냐, 아니면 치료하느냐."

뭐라구요.

그렇다면 지금은 선택을 미룬 결과인가요?


'그럼, 지금 버틸 수 있는 상황인가요?

'그건 안닌거 같습니다.'

...

나는 여러 번 같은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
그럼, 그때 그냥 뺐으면 좋았을까.
아, 치과 보험 만기 전에만 뽑았더라도…
3년은 더 벌었을 텐데.

그런데도 난
불편함을 안고 살아왔다.
잇몸이 주저앉지 않은 것조차
기적이었다.

붓고, 빠지고, 또 붓고…
그 반복 속에서도 참았다.
더는 안 되겠다는 순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어금니, 없어도 될 것 같아요.”

간절히 요청했고, 치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아… 이거 안 되겠는데요.”
“왜요… 그럼 어떡해요?”
“발치해야겠어요.”
“그럼… 발치해 주세요.”

"오늘 하고 가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날 예약 잡아드릴까요?"

"아니요. 바로 빼주세요."

아마, 다른 날 예약 했더라면 다시 미뤄질 일이었다.

진작 뺄걸.
미련하게 버틴 시간이 아쉬웠다.

선생님은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잇몸 부은 걸로는 알 수 없어요.
엑스레이로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이건 전체가 레진이에요.

나는 알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몰랐구나... 말해줬어야 했나... 싶었다.
"이 상태로 살아온 게… 기적이에요. 치아 1/3일만 남아 있었어요.”

"네, 맞아요. 저는 알고 있었는데..."

기적이라니.
치명적인 상태로 살아남은 이 어금니가
기적이라니.

그동안, 모든 결정이 내 몫이었다니..
병원에 가면 해결해 줄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결국,
결단은 내 손에 달려 있었다.

“밑을 열어보기 전엔 몰라요.”
그 말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그동안 가망 없는 어금니를 눈치채고도
참고 또 참고 불편함과 함께했다.
불확실성과 비용 사이에서
갈팡질팡 망설였다.

결국,
아끼다가 똥 된 셈.
미련하다.

하지만, 지금에라도 가길 잘했다.

왼쪽 아래 어금니.
사랑니를 빼기 전엔
세 번째 역할까지 도맡았던 녀석.

그동안 어금니인 척하느라 고생했다.
정말 수고 많았다.

1시간 동안,
뿌리 네 개를 잘게 부수어 하나씩 뽑아냈다.

“어후…”
한숨이 나왔다.
속은 시원했지만, 마음은 텅 비었다.

물론, 내 지갑도 함께 비워졌다.

하지만 이건, 꼭 해야만 했던 결정이었다.

10년 전에 들어두었던 치과보험,

분명히 10년 안에 임플란트를 할거 같은 귀신같은 선견지명 촉으로 미래의 나를 위해 들었었는데...

그때에 나와 지금에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

만기되고 나서야 임플란트를 하게 되었다.


여러분의 인생에도,
더는 참을 수 없는 썩어버린 문제 같은 것이 있진 않나요?

조금 더 버텨보자 했던 게
사실은 소용없는 일이었을 수도 있죠.
선택하지 못했던 것들이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라 말했었죠.
그 어떤 선택이었든 그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지금, 당신의 결단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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