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천장 긁히는 판단 대신...

입천장 긁히는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치아바타를 택하라.

by seoul

“입천장 긁히는 판단 대신, 부드러운 유보의 미학”


오늘은 누군가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말 한마디로 시작되고 말 한마디로 끝이 나버린다.
그 말이 나의 하루를 날카롭게 긁어놓는 날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입천장을 긁히게 하지 않으려, 부드럽게 유보하기로 했다.

메신저에 뜬 짧은 문장.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죠.”
딱 그 한 줄이 내 하루를 뒤틀었다.
이유도 없이, 설명도 없이, 단정으로 시작된 그 문장은
도끼처럼 박혔다.

수없이 반복된 경험이다.
판단은 늘 ‘정답의 옷’을 입고 나타나지만,
그 속엔 오만과 무지가 섞여 있다.
모든 걸 아는 듯 말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말들.

예전의 나였다면,
바로 반박했을 것이다.
“그건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은 멈췄다.
그 말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지금 이 판단이 내 하루의 결이 되지 않게 하자.’

생각과는 다르게 거울에 비친 내 표정은 굳어 있었다.
“누군가의 한마디일 뿐인데, 계속 거슬린다.”
나는 억지로 웃으며 괜찮다. 괜찮다. 말했다.
“그냥… 지금은 판단 유보 중이다.”
그 말이 내 귀에도 낯설게 들렸다.
하지만 그 한마디 덕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판단은 즉각적인 쾌감의 함정이다.
“옳다” 혹은 “그르다.”
그 한 줄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여백이 사라진다.
우리는 그 여백을 잃고 너무 쉽게 단정하며, 너무 빠르게 상처받는다.

저녁 무렵, 집에 돌아와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엄마, 오늘은 왜 그렇게 조용해?”
“오늘은 그냥,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날이야.”
“판단이 뭐야?”
“음…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미리 정하는 거.”
“그럼 엄마는 오늘 아무도 안 정했어?”
“응. 그냥 다 보고 있었어.”
“그럼 내일은?”
“내일은… 조금 더 부드럽게 볼 거야.”

아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그 단순한 수긍이, 오늘 하루 중 가장 큰 위로였다.

오늘의 결론은 단순하다.



판단은 칼처럼 예리하다.
하지만 부드럽게 유보하는 태도는,
그 칼날을 무디게 만들어 상처를 막는다.


입천장 긁히는 판단 대신,
부드러운 유보로 나를 지켜라.



“판단은 잠시 멈추고, 마음은 한 걸음 물러서자.
그 자리에 이해가, 그리고 여유가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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