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로그
이 책은 대답을 주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설명하거나 설득하려는 목적도 없다.
다만, 생각을 말해도 되는 상태를 회복하고 싶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생각을 말하기 전에 계산한다.
이해받을 수 있을지,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쓸데없는 말로 취급받지는 않을지.
생각은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평가의 문턱을 넘는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을 혼자 처리했다.
머릿속에서 완성하고, 스스로 정리하고, 조용히 넘겼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보였고, 말하지 않는 편이 안전했다.
하지만 그 안전함은 고립과 닮아 있었다.
아이와의 대화는 그 균형을 무너뜨렸다.
아이는 생각을 설명하지 않는다.
결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말한다. 그리고 말해진 생각을 그대로 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잊고 있던 사실을 다시 배웠다.
생각은 정답이 아니라, 움직임이라는 것을.
이 책은 완성된 이야기들이 아니다.
떠올랐고, 흔들렸고, 말해졌던 순간들의 기록이다.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이 책이 건네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 공간이다.
생각을 고쳐 쓰지 않아도 되는 자리,
말한 뒤에 변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 안에서 생각은 비로소 자기 속도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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