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습관이 될 때 생기는 것들

비난받을 일들이 늘어난다.

by seoul

처음의 침묵은 선택이었다.
괜히 말 꺼냈다가 괜한 오해를 살까 봐,
괜히 설명하다가 또 평가받을까 봐.
말하지 않는 편이 덜 피곤했다.

하지만 침묵이 반복되면
그건 선택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감정을 바로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상황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다.
내가 조용하면 괜찮은 줄 알고,
표정이 굳어 있으면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 판단한다.
설명하지 않은 공백은
타인의 상상으로 채워진다.

그 상상은 대개 친절하지 않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속으로는 다른 생각하는 거 아니야?”
“그럴 거면 처음부터 말하지.”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받을 일들이 늘어난다.
정작 말하려 했던 내용은 사라지고
‘왜 말하지 않았느냐’가 쟁점이 된다.

그 비난은 또 다른 침묵을 만든다.
말해도 문제, 말하지 않아도 문제라면
차라리 조용한 쪽을 택하게 된다.
대화는 점점 얕아지고,
표면적인 문장들만 오간다.

불통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누가 크게 소리쳐서가 아니라,
아무도 진짜 감정을 꺼내지 않아서.

침묵이 습관이 되면
관계는 안전해 보이지만 건강하지 않다.
갈등은 줄어드는 대신
이해도 줄어든다.
표면은 고요한데
속은 점점 멀어진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감정 표현을 못 해서 비난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감정을 표현하지 않은 채
이해받기를 기대했던 내 모순이
갈등을 키웠는지도 모른다.

침묵은 갈등을 피하게 해주지만
관계를 자라게 하지는 않는다.

결국 어느 순간
말하지 않은 것들이 더 큰 오해로 돌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또 말한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야.”

그렇게 침묵은
대화의 부재가 아니라
관계의 방향을 바꾸는 습관이 된다.



#침묵이최선일때 #노력하지않는것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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