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없는 이야기의 가치
이만큼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대화도 없을 것이다.
결과 없는 이야기의 가치.
어떤 사람들은 결과를 알아야 마음이 놓인다.
긴장 속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렇다.
예를 들어 이상화 선수는
일상에서도 긴장을 줄이기 위해
영화의 결말을 먼저 확인하고 본다고 한다.
웃기게도, 그 이야기를 떠올리는 순간 알았다.
나 역시 비슷하다는 걸.
나는 축구를 잘 보지 못한다.
선수들의 노력과 긴장,
그리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그 과정이
나를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는데도
나는 늘 긴장 상태에 있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혼자 있던 시간,
적막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
그 고요함이 때로는 편안함이 아니라
불안으로 느껴졌던 기억.
그때부터였을까.
예측되지 않는 상황을
버티기 힘들어하게 된 것이.
긴장이라는 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불필요할 때 더 크게 사람을 갉아먹는다.
특히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더 그랬다.
업무를 위한 긴장 말고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
그건 숨이 막혔다.
다음 말을 하기 전,
다음 행동을 하기 전,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공간.
그건 일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지금은 그 공간에서 벗어났지만
이상하게도 장면은 남아 있다.
몸은 빠져나왔는데
생각은 아직 그 자리에 있다.
지나간 일인데도
계속 재생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