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의 덫
<<립스틱의 각도 4편>>
소산나가 칭찬받는 게 싫은 파툴린의 공격, 크로스 체크 미확인 문제 인양 문제를 찾아낸다.
내일 새로 개발된 콘텐츠가 웹페이지에서 제대로 게시되는지 확인하는 업무는 소산나가 맡기로 했다.
퇴근하기 30분 전 현 시각까지 소산나는 마케팅 업무로 미뤄둔 업무를 파툴린이 진행. 그리고 문제 제기. 평소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가던 페이지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킨 건 왜일까? 그 이유는 제임스의 칭찬은 소산나가 받고, 지적은 파툴린이 받았다. 파툴린은 인정욕구가 강한 6년 차 선행 연구원, 소산나는 고학력의 1년차 사원. 소산나는 급작스럽게 웅성거림을 듣고 긴장했으나, 문제 찾아 애써 해결하는 파툴린 의도적인 공격으로 밖에 안 보인다. 기존까지 문제가 없던 게시물이 검수.... 본인 업무도 아닌데 왜 했을까? 그건 칭찬받은 소산나 기를 죽여 놓기 위한 지적 덫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소산나의 일을 직접 컨트롤한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늘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도 어김없는 돌발 이슈들로 소란스러웠다.
그 안에 너무도 침착한 소산나.
차분히 할 일을 하면서 사태를 파악해 본다.
사무실 공기는 오전보다 묘하게 뜨거웠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그 진원지는 파툴린이었다.
오늘의 문제는 웹페이지였다.
내일 홈페이지에 게시될 콘텐츠 재검수.
본래 재 검수 업무는 소산나의 몫이었지만,
소산나는 오전까지 마케팅 업무에 묶여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스케줄을 파악하고 있던 파툴린이 먼저 손을 댔다.
그리고 문제를 발견했다.
제임스가 아침 회의에서 소산나를 칭찬했던 게 화근이었다.
“이번 기획, 소산나 덕분에 훨씬 매끄럽게 풀렸습니다.”
짧은 한마디에 소산나는 칭찬을 받았고,
파툴린은 그 순간부터 아무 성과 없는 경력직처럼 보였다.
6년 차의 자존심, 인정욕구, 그리고 서열 집착.
이 모든 게 뒤섞여 파툴린의 속을 긁고 있었다.
그래서였다.
소산나의 업무에 굳이 개입한 건.
원래 맡지 않아도 될 검수를 자처한 건.
결과는 뻔했다.
“문제가 있다.”
“내가 확인했더니 오류가 보였다.”
문제를 지적하는 순간, 분위기는 바뀌었다.
소산나의 이름이 칭찬에서 ‘책임’으로 옮겨 붙었다.
지적은 소산나가 받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제를 찾아낸 건 파툴린.
칭찬은 빼앗고, 지적은 떠넘기고.
질투의 각본은 완벽했다.
소산나는 갑작스러운 웅성거림에 긴장했다.
마치 자신이 실수한 사람처럼 모든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애써 문제를 확인하고, 원인을 찾아내며 상황을 수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엔 선명했다.
“이건 실수가 아니라 공격이다.”
사무실의 서열 놀이는 늘 그렇다.
누군가가 칭찬을 받으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흠집을 낸다.
공식적인 평가 대신, 암묵적 견제가 돌아가는 공간.
파툴린의 지적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었다.
소산나의 존재감을 줄이기 위한, 의도적인 ‘덫’이었다.
립스틱의 각도는 오늘도 미묘하게 기울어 있었다.
칭찬은 무기로 바뀌고, 지적은 권력이 된다.
그리고 사무실은, 누군가의 인정욕구가 춤추는 무대일 뿐이다.
파툴린의 대처는 여러 번 해본 솜씨었다.
본인은 이미 차이를 알고 있었고, 나머지는 초보자들.
오픈된 무대에서 원맨쇼!
책임 떠넘기기 수법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던 극적인 연출이
아쉽게도 빠르게 막을 내렸다.
소란스럽게 주의를 끌 목적이었으나,
단순 버그.
컨트롤 타워는 오늘도 흔들렸다.
그리고, 다음 날
사무실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눅눅했다.
전산은 아침부터 삐걱거렸고,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소산 나는 실체 없는 신분으로, 모니터와 씨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때, 폴라가 조용히 다가왔다.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다만 ‘이건 네가 해야지’라는 눈빛을 슬쩍 흘렸다.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는 손끝이 더 말해줬다.
“업데이트가 안 돼서 그래요.” 소산나는 짧게 설명하고 해결했다.
폴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 대신, 줄을 서듯 파툴린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점심 직전, 무대는 돌연 커피머신 앞으로 옮겨졌다. 파툴린이 컵을 내려놓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산나, 물통 씻는 게 다가 아니에요. 커피 캡슐도 밑으로 내려야죠. 이게 기본이에요.”
순간, 소산나는 어이가 터질 뻔했다. 청소 시간에 커피머신 물통과 냉장고 물통까지 씻어놓은 건 자신이었다. 정작 그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자기뿐인데, 굳이 ‘절차’를 강조하는 이 연극.
“아, 네.”
짧은 대답을 하고 돌아섰지만, 속으로는 피식 웃었다.
‘커피를 마시는 건 나뿐인데, 왜 절차를 읊지? 저건 위생이 아니라 위계지.’
옆에서 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파툴린의 말에만 리액션을 보냈다.
헛소리를 해도, 파툴린이 하면 박수. 소산나가 맞는 말을 해도, 공기 취급.
사무실은 작은 극장이었다.
대본은 없지만, 권력은 늘 즉흥극처럼 연출된다.
누가 규칙을 외치느냐, 누가 먼저 반응하느냐. 그게 이곳의 ‘살아남는 기술’이었다.
오후,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가 떴다.
“오늘 청소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소산나, 물통까지 씻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낸 이는 파툴린이었다.
그 뒤에 붙은 얄팍한 이모티콘 하나가, 공을 나눠주면서 동시에 권위를 끌어오는 장치였다.
소산나는 모니터 화면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립스틱 각도 하나로도 분위기를 바꾸듯,
여기선 커피머신 물통 하나에도 서열이 생기네.’
퇴근길,
오프 스위치를 누르는 때에도 파툴린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
5시 57분 모두가 모니터를 끄고 정리할 때
파툴린이 마지막까지 시간을 끈다.
소산나는 모니터를 끊채 화장실로 들어간다.
평소 같으면 마지막 스위치를 꺼도 되는지 물어볼 타이밍...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파툴린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모두가 마치면 끄려고 급한 불부터 껐다.
"헐! 스위치 끊거에요? "
"아니요, 스위치는 켜져 있네요?" 에타니가 파툴린의 말에 대답해 줬다.
"소산나, 화장실 갔어요."
소산나를 통제하기 위한 파툴린이 수가 먹히지 않았다.
"소산나! 컴퓨터 업데이트 때문에 오늘 스위치는 켜두고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에타니 말에 소산나가 대답했다.
모두 빠르게 사무실을 벗어났다.
소산나를 향한 파툴린의 공격은 오늘도 빗나갔다.
백화점 유리 쇼윈도 앞.
소산나는 립스틱을 꺼내 입술에 올렸다. 각도를 맞추며 씩 웃었다.
“각도 잘 세워야지. 그래야 내일도 버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