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의미
《에필로그》_ 기록의 의미
나는 오늘도 살아냈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그저 하루가 지나간 것처럼.
그러나 내 기록은 그것을 잊지 않는다.
무심하게 지나간 순간들,
말하지 못한 고통과, 소소한 기쁨,
나만이 알아챈 생존의 흔적들.
기록은 나를 증명한다.
오늘도 버텼다는 증거,
오늘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
아무도 모를지라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더라도,
내 글은 내가 살아낸 하루를 붙잡아 둔다.
내일도 똑같을 것이다.
아무 일 없었던 듯, 나는 또 살아낼 것이다.
그리고 또 기록할 것이다.
오늘도 살아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 달 동안,
사노 요코의 날카로움을 빌려 내 삶을 낱낱이 까발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어디서도 외치지 못한 말들을 내뱉고 싶었다.
“쟤가 제일 나빠요”라며 손가락질을 퍼붓고 싶은 마음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참 희한하다.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주목받고,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오명을 쓰고 사는 사람들. 아파도 이유가 있겠지, 라며 매도되는 사람들.
그들을 향한 분노가 나를 잠식했다.
나는 그 분노를 그대로, 삐뚤빼뚤하게 써버렸다.
의도가 드러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말해야 했고, 썼다.
지금까지 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사노 요코의 목소리를 빌려라도 꺼내고 싶었던 내 화(禍)가,
누군가의 일상에 도파민 한 줌이 되었기를 바란다.
이제 고인이 된 사노 요코의 책들을 모으기로 했다.
책장 한 켠에, 내 분노와 위로를 함께 쟁여두려 한다.
고맙습니다.
서울에서, seoul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