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비로소 채워지는 것들
요즘 나는 버리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쌓인 서류를 버리고,
입지 않는 옷을 버리고,
이미 오래된 감정들도 함께 정리했다.
묵은 것들은 모두 제자리를 잃고,
새로운 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는 퇴근 전,
남겨둘 필요 없는 서류들을 모두 버렸다.
떠넘겨진 서류들,
이제 맡아줄 이도, 책임질 이도 없다.
자리를 뜨면 아무 의미 없을 것들.
그것들은 이미 나를 떠난 이야기들이었다.
부정의 기운 모두 남김없이
집에서도 비움은 계속됐다.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옷들,
그 시절엔 고마웠지만
이제는 우리와 맞지 않았다.
이젠 아이에게도 취향이 생겼다.
“이건 안 입을래.”
아무거나 입지 않는 8살.
그 단호함은, 자존감이 자라나는 소리였다.
나 역시 알게 되었다.
아이는 아무거나 입으며 자라지 않는다.
취향과 감정을 입고 자란다.
그리고 나도, 아무 감정이나 품으며 살 수 없다.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알고,
서로의 향기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다른 이들의 취향이나 기운을
우리 공간에 들이고 싶지 않다.
버리기로 했다.
남겨두지 않기로 했다.
우리만의 공간에 더이상 타인의 기운
부정의 잔재를 남기고 싶지 않다.
그렇게 비워내야,
새로운 기운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이제는 나를 비우는 일도 두렵지 않다.
퇴사도, 관계도, 물건도
모두 나를 새롭게 만드는 정리의 과정일 뿐이다.
비워두자.
그러면 언젠가,
그 자리에 또 다른 희망이 자리할 테니까.
오늘 당신은 무엇을 비워냈나요?
그 빈자리에는 어떤 새로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