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운은 흘려보내기
오늘은 내가 무슨 희망을 본 걸까.
체념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감정이 스쳐간 날이었을까.
의자 뒤, 벽 앞에
몇 날 며칠을 서 있던 재활용 쓰레기봉투.
누구를 위한 암묵인지 뻔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그 어떤 무언도 내 몫이 아니라고,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내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하더라구요.”
조금은 익숙한 말.
지나가듯 들었다.
종이컵을 봉투에 넣으며 같이 좀 버리자고 했다.
“그대로 넣어도 재활용 가져가나?”
웃음이 났다.
의도가 뭔지 몰라도,
그 말 안에 무게는 없었다.
나는 가볍게 웃고 자리를 떠났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에 맺혔을지도 모를 상황.
하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가게 놔뒀다.
부정은 머물게 하면 자란다.
그걸 알기에,
나는 머물지 않기로 했다.
붙들지 않고,
내 속에 들이지 않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가을바람 같은 바깥공기가 스쳤다.
문득, 나도
내 마음을 조금은 식힐 수 있겠다 싶었다.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이
나를 흔드는 일이 줄어든다면,
그게 바로 희망 아닐까.
부정이 떠나고 나면,
틈이 생긴다.
그 틈에서 바람이 불고,
가끔은 그 바람이
희망처럼 느껴진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지나가게 했나요?
붙들고 싶었던 말, 붙들고 싶지 않았던 기분.
그 중 어떤 걸 흘려보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