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견디다, 무책임해지기로 결심한 날

by seoul

6화. 질식 — 견디다, 무책임해지기로 결심한 날


오늘은 여러 감정이 겹겹이 겹쳐
숨이 막히는 날이었다.

머리는 아팠고,
일은 겹쳐졌고,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사이에서
나는 아주 작은 틈으로 밀려났다.

나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사람으로부터
그림 의뢰가 들어왔지만
나는 붓을 들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엔 마음이 너무 조용하지 않았다.
퇴사를 생각하자 스트레스는 더 커졌고,
지금 당장이 아니라는 현실에
나는 더 숨이 가빠졌다.

지적을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 위치,
사람을 바꾸려 들고는 책임지지 않는 태도들,
그 안에서 내가 누구였는지도 잊게 만드는 흐름.
그 모든 것이 오늘 내게 덮쳐왔다.

아침엔 갑작스런 전화가 울렸고
반갑지 않았다.
수업을 맡아달라는 부탁,
일이 끊임없이 몰려오는데
나는 정작,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았다.
일은 많지만, 일하고 싶은 곳은 없다.
이게 지금 내 현실이다.

‘이건 뭘까?’
도무지 해답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그림도, 말도, 관계도 다 버겁게 느껴졌다.

그러다 결국,
생각이 방향을 바꿨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무너져도 좋다.

그렇게 결심하자
이상하게 조금 나아졌다.
무책임해지자고 다짐하니
비로소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오늘, 나는
나를 밀어붙이던 마음으로부터
조금 물러섰다.

그게 회복의 첫 걸음이라는 걸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당신은 오늘, 어디까지 견디고 있었나요?
그리고 어디쯤에서, 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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