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나를 안아주는 일

by seoul

5화. 온기 — 나를 안아주는 일


늦은 아침.
눈을 뜨지 않고도,
아, 오늘은 내가 나를 안아줘야 하는 날이구나 싶었다.

바쁘게 걷기보다,
멈추어 이불 속에서 머무는 시간.
누군가를 향한 배려가 아닌,
나를 향한 가장 느린 사랑.

나는 어릴 적부터
치열한 틈새 안에 끼어 살아왔다.
사랑을 갈라먹는 집,
보이지 않게 서열화된 감정의 식탁 위에서
내 몫은 언제나 침묵이었다.

그렇게 한 발 물러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의 내가,
늘 한 걸음 늦게 말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유다.

어른이 된 후,
나는 나를 품어주는 손길에 약해졌다.
남녀의 관계 안에서 나눈 온기는
한때 나를 살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 있었다.
사랑은 유통기한이 있었고,
그 행위조차 언젠가는 냉각되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안다.
결국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

작은 아이를 안고 있을 때,
내가 주는 온기만큼
돌아오는 온기를 느낀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깊은 곳엔 허기처럼 남는 감정.

그 허기짐은 무엇 때문일까.
사랑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향해 스스로 나아가지 못했던
그 오랜 시간의 빈칸 때문일지도.

그래서 나는
이불을 덮은 채로 나를 꼭 안아보았다.
조금은 덜 외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은 덜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렇게 오늘 하루를 지켜냈다.

당신은 오늘, 누구의 품을 그리워했나요?
그 품 대신, 당신이 당신을 안아줄 수 있다면
지금 그 온기는 어떤 온도였나요?

이전 04화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