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 캔으로 지켜낸 감정의 온도
가끔은,
경제적 계획보다 감정의 흐름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일이 없던 하루,
밀린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 위해 나는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강아지의 정기검진을 핑계 삼아 외출을 감행했다.
바깥 공기라도 마시지 않으면
내 기분이 나를 삼킬 것 같아서.
주말이라고 나에게 선심 쓴 편의점 맥주.
할인이 될 거라 믿었는데,
영수증엔 그런 배려조차 없었다.
교환할까?
비 내리는 길을 되돌아가기엔,
지금의 기분이 더 소중했다.
그래,
오늘만은 비싸도 된다.
그러니까 기분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따서 마신 맥주는
내 입에 낯설었다.
아, 이건 아니다.
분명히 망했다.
그런데도 다 마셨다.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입맛을 설득했다.
그래도 찜찜함은 남았고,
나는 그 이유를 캔 바닥에서,
검색창에서,
감기 기운에서 찾으려 애썼다.
그래서 병원을 들러
아이가 좋아하던 강동 더리버몰로 향했다.
근사한 저녁을 기대했지만
아이는 괜찮다 했다.
결국 우린
이케아의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값싼 메뉴였지만,
기분은 아주 달콤했다.
작은 초콜릿 꾸러미를 손에 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문득, 오늘 하루의 감정이
조금은 단단하게 살아남았음을 느꼈다.
오늘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나는 나에게 작은 선심을 베풀었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했다.
오늘 당신은 어떤 감정을 지켜내기 위해 애썼나요?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대신 내려두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