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비포 선라이즈>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1995년 개봉한 영화로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에 에단 호크, 줄리 델피가 주연으로 나온다. 평점이 높은 편이고, 두 주인공의 만남과 대화가 주된 주제인 만큼 대사가 많은 영화다. 나는 영화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 편이지만, 주말에 <인셉션>을 재밌게 보고 난 뒤(인셉션도 무려 15년 만에 처음으로 봤다), 기세를 몰아 이 영화까지 보게 됐다.
두 사람은 유럽의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하루동안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알아가며 대화하는 잔잔한 스토리의 영화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 둘은 대화를 시작할 때, “You know”로 시작해서, 중간에 가끔 “You know”로 추임새를 넣거나 ”You know”로 매듭을 짓는다. 이게 한 번 신경 쓰이기 시작한 뒤로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You know, so, at best, we’re these tiny fraction… of people you know, walking…”
이튿날, 멈춰두었던 곳에서 다시 보기를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남자 주인공 에단 호크(제시)의 얼굴이 드라마 <슈츠>의 검사역을 맡았던 게리 콜의 얼굴과 닮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게리 콜은 내가 봤던 몇 개의 작품에서 나올 때마다 비열하고 나쁜 역할을 도맡았던 배우였기 때문에 몰입에 방해가 됐다. 그런 얼굴로, 영화 말미에 바에 들어가서는 ”여자 친구에게 와인을 사주고 싶은데 내가 돈이 없다. 지금 내게 와인 한 병을 주면 돌아가서 돈을 꼭 갚겠다“라고 주인에게 말한다. 나였으면 저런 얼굴의 녀석을 믿고 절대 와인을 내주지 않겠지만, 영화는 내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아무튼, 이 아름다운 영화는 <비포 선라이즈 1995>, <비포 선셋 2004>, <비포 미드나잇 2013>의 연속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리즈가 9년의 시간이 지난 다음을 담고 있다. 같은 감독과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아름다운 영화로 하루빨리 <비포 선셋>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일련의 문제들로 인해 망설여지는 이중적인 마음이 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