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안녕하십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어느덧 저도 이 라디오를 70회 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유동적인 방송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철저하게 제멋대로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드리고 있는데 말이죠……, 이런 방송을 매회 열심히 들어주시는 분이 도대체 얼마나 계실까라는 생각을 하면, 저도 모르게 가끔씩 무기력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제가 “듣고 있나~?”라고 외치고, 전국에 계신 청취자 분들이 일제히 “예~!” 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해 준다면, 그렇군 이 정도의 사람이 듣고있군 하고 납득할 수 있어서 좋을 텐데 말이죠. 역시 이것도 불가능한 일이겠지만요.
그래서 오늘은 청취자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메일을 읽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것을 통해 이런 분들이 방송을 듣고 있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 소개할 수 있는 메일의 양은 한정적이지만,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제멋대로이면서도 근사한 무라카미의 음악을 중간중간 곁들여서 말이죠.
(Music / Blues March - Gene Harris & The Three Sounds, Live at the Lighthouse)
그럼 첫 번째 메일입니다. 이라크에 거주하고 계신 분이 보내주셨습니다. 시베리 씨, 43세, 남자분입니다.
<청취자>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회사 출장으로 이라크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주 즐겁게 이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하드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출장올 때 일본에서 DENON의 라디오와 KEF의 스피커를 챙겨 온 덕분에, 꽤 쓸만한 음향으로 무라카미 씨 선곡을 즐기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씨께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제까지 여러 나라에서 해외 생활(미국, 이탈리아, 그리스)을 하셨는데, 그러는 동안 음향 장비 설정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안녕하세요. 유럽에 살았을 때 저는 JVC의 대형 카세트 라디오와 SONY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당시는 카세트테이프가 전성기를 맞이하던 시절이었으므로 그것들로도 그럭저럭 음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 있을 당시 JBL의 큰 스피커로 쩌렁쩌렁 음악을 듣고 지냈던 터라, 그 둘 사이의 간극이 꽤 크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그렇게 단순하게 살아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하죠.
미국에 살았을 당시는 키가 큰 KEF의 스피커를 손에 넣어서 주로 그걸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헤리티지가 있는 영국 스피커 브랜드죠 KEF, 그 이름 오랜만에 들으니까 반갑군요. 그리고 옛날에 DP-3000이라는 DENON의 턴테이블을 사용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난폭하게 다뤘음에도 십수 년동안이나 고장 한 번 나지 않은 꽤 터프한 기계였습니다.
현재 이라크에 거주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최근 그곳의 정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저는 <*이라크와 쿠라이>라는 심플한 문구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조금 살을 덧붙여서 <**이라크와 쿠라이, 모- 요르단>이라고도 했었는데… 역시 이건 실없는 이야기일 뿐이죠.
모쪼록 몸 건강히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 요르단>이라는 말, 라디오 방송 이름으로는 꽤 괜찮지 않습니까? 혹시 괜찮으시다면 다음에 한 번 사용해 주십시오.
*<이라크는 어둡다>라는 뜻이다. ‘어둡다’의 일본어 발음(暗い 쿠라이)을 뒤집어 발음하면 이라크와 유사하다.
**<이라크는 어둡다, 이제 밤이다>라는 뜻이다. ‘밤이다’의 일본어 구어체 발음(夜だん 요루단)과 아랍국가 요르단의 발음이 유사한 것으로 운을 맞췄다.
***이제 밤이다
Tokyo FM , 내용 및 사진 출처
https://www.tfm.co.jp/murakamiradio/report/13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