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맛 열무냉면
나는 업무로 인해 동대문역 근처에서 주로 있는 편인데 주변에선 ‘그러면 광장시장 가서 자주 밥 먹겠네? 부럽다’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광장시장에 가는 날은 손에 꼽기에 머쓱한 듯 웃어넘긴다.
이따금 광장시장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땡기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러했는데, 9월이면 어느 정도 가을의 날씨를 갖추어야 마땅한 것이 여름보다도 더운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저녁은 ‘열무냉면’을 먹어야겠는걸, 이라며 호시탐탐 광장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부산에 급하게 보내야 할 물건이 있었는데, 택배사 대리점이 광.장.시.장.근.처.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일사천리로 광장시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메뉴를 파는 점포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수북하게 쌓인 음식들을 지나 각각 점포의 메뉴판을 스캔한다. 냉면, 열무국수, 잔치국수.. 수 없는 국수류를 지나치는데 어디에도 열무냉면이 보이지 않는다. 한 바퀴를 다 돌고 이제 시장이 끝나갈 때쯤, 스윽 보이는 열무냉면. 드디어 찾았다. 그곳은 한 명의 외국인이 식사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착석. “열무냉면 주세요” 10분 정도 지나자 냉면이 나왔다.
오아시스. 사막 가운데 샘이 솟아 나무가 자라며 농사를 짓고 마을을 형성할 수 있는 곳. 이 더운 날, 서울의 오아시스는 어디에 있을까? 열무국수를 먹으며 생각해 본다. 메마른 혀에 철썩하고 밀려오는 시원한 육수 국물은 품을 들여 찾은 노고를 잊게 해주는 맛이다. 그렇군 광장시장에 있었군. 한 템포도 쉬지 않고 들이키고 나니 어느덧 휑뎅그렁한 쇠 그릇만이 놓여있을 뿐이다.
이런, 택배 보내는 걸 깜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