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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민 Sep 13. 2023

Chapter.2

선택할 수 있다는 것


 9월 10일. 최근 한 달 내내 나는 우울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게 지옥 같이 느껴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내일이 9.11 테러 22주기라는 것을 몰랐다.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나에게 있어 그 사건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약 사반세기 전 사건일 뿐이었다.


 문득 2001년 9월 11일 뉴스를 보는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비행기가 충돌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두 개의 빌딩. 뉴스는 온통 그 일로 뒤덮였고, 테러 영상은 수없이 반복됐다. 나는 온종일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녹아내리는 빌딩에 도시는 혼비백산이 되었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그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화를 봐도 대부분의 장면을 기억 못 하는 내가 22년 전 이 뉴스 장면만은 정말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매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비행기, 엄청난 충돌. 무한 반복되는 화면.

 그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슬프다는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무 어렸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기엔.


 22년 전 내가 나에게 말한다. ’다음 생에 또 나로 살 수 있을까?‘ 나는 대답한다. ‘아니, 두 번 다시 같은 삶을 살 일은 없을 거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생에서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 그렇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밖에 없다. 살아내느냐 포기하느냐. 중간은 없다.


 의식은 22년 후로 돌아온다. 그 장면을 마음에 간직한 채, 단단한 지면을 밟고 일어선다. 내가 속한 본래의 시간 속 살아내야 할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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