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의 핸들은 제가 쥐고 싶었어요(2)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라온 외동딸이 행복한 거라 믿고 싶다.

by 숨니

성인이 된 이후로 자유 여행 경력은 셀 수 없다. 전문가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친구들과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갔었고 특히 엄마와는 아시아와 유럽을 여러 차례 자유 여행으로 떠났었다. 가깝게는 일본, 대만 등지를 3박 정도로 다녀오고 회사에 다니고 나서는 업무 비수기인 12월에 평일 5일간 휴가를 내 7박 9일 일정으로 스페인과 프랑스에 다녀왔었다. 엄마가 여행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나도 엄마랑 다니면 편하고 가족이니 내가 원하는 곳에 내가 원하는 일정으로 알차게 다녀야 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A부터 Z까지 모두 내 손을 거쳐서 결정해야 하고, 나 역시 낯선 공간에서 영어 이외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곳들을 엄마를 모시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크게 부담이긴 했다. (대만 여행을 갔을 땐 대학교 4학년 때였는데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출발하는 일정이었어서 첫날 저녁에 앓아누웠고, 스페인에서 한국에서 귀국하는 길엔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착륙 후 화장실에서 토를 했었다.)


특히, 여행지에서 부담스러웠던 순간들은 대중교통의 이용이었다. 구글 맵이나 블로그 정보들을 아무리 찾아내어 준비를 해도 막상 공항에 도착해서 시내 호텔까지 가는 여정이나 여행 중 환승역에 이르렀을 때는 헤매기 마련이다. 나는 이왕이면 자유 여행을 왔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큰데, 엄마는 옆에서 끝없이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라며 닦달을 한다. 엄마 말로는 내가 당황하거나 힘들어하는 것 같아 주변인에게 도움을 얻어 보라고 방법을 알려주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우선은 내가 알아내 보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물어보고 싶다고 몇 번을 투닥투닥했다. 아무리 알려줘도 근데 안 고쳐지더라. 조금이라도 헤매면 가차 없이 저 사람에게 물어봐, 저 젊은 사람 좀 똑똑하고 친절해 보여.라고 외친다.


혼자 여행을 가는 것은 이러한 부담감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약부터 너무 긴장감을 내려놓은 탓인지 출발하기 전날 새벽에 잠들기 전 무심코 들어가 본 코레일톡 (KTX 예매 앱)에서 돌아오는 기차를 3일 뒤가 아닌 출발 당일 일자로 잘못 예매한 것을 발견했었다. 귀여운 해프닝으로 시작하는 첫 국내 혼(자)여(행)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문단속, 가스불 단속을 하고 전날 미리 전부 싸 뒀던 배낭을 둘러메고 옆가방과 장우산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대학생 시절 내일로 여행을 할 때처럼 발걸음이 가볍고 새삼 그때의 설렘이 느껴져 스스로가 조금 낯설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렇게 역까지 가는 버스를 올라타고 한참 가고 있을 때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엄마가 너무 우울하기도 하고, 네가 나를 두고 혼자 경주로 여행 간다고 이모한테 말했더니 이모가 엄마를 데리고 너 여행 끝나는 날짜에 맞춰서 데리러 간대! 그리고 대구 와서 이틀 놀고 가라고 하는데 어때?"


그렇게 집을 나서서 홀로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까지 내 손안에 있던 첫 여행의 권한을 엄마에게 또다시 빼앗기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