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tival-lover의 여정
물론 공연 한 편 기획해서 올리는 것도 힘들다. 그렇지만 업무의 강도로 치자면, 공연과 각종 부대 프로그램이 결합된 축제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축제가 좋아서 거의 매해마다 축제 일을 해왔다. 그래서 해외 아티스트나 프로듀서들에게도 '페스티벌 걸(Festival Girl)'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곤 했더랬다. 오늘은 페스티벌과 질긴 인연을 이어오게 된 축제기획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한다.
페스티벌 입문기 - 해외 페스티벌에서 '페스티벌의 매력'에 눈떴죠!
페스티벌에서 일하기 전에는 나도 평범한 관객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국내 공연팀과 해외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가면서부터 페스티벌은 네게 '일터'가 됐다. 이탈리아, 아일랜드, 프랑스, 아르헨티나, 스페인의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기획자의 역할을 하면서 축제의 진정한 매력을 맛봤다. 그전엔 축제의 겉면만 봤다면, 이젠 그 안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페스티벌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무대 뒤에서 많은 스태프와 일하면서 예술가와 관객을 배려하면서도,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고와 헌신을 배웠다.
비록 짧은 며칠 간의 페스티벌 기간이지만, 사람들은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친구와 연인, 그리고 가족과 함께 이 시간을 즐긴다. 일상을 환상으로 바꾸는 마법- 그 마법을 몰랐다면 모를까, 모르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것이었다.
페스티벌 생존기 - 다양한 페스티벌에서 일하면서 소중한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실제 축제사무국에서 일한 것은 위 4개의 축제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해외교류팀원),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기획팀장), 울트라뮤직페스티벌(과장), 아시테지축제(국제교류팀장/축제총괄)에서 일했다. 4개 축제의 색깔도 확연히 다르고, 직책과 맡은 업무 모두 조금씩 달랐다.
축제마다 주요 타깃층과 공연 프로그램이 전혀 달랐기에 각 축제마다 살려야 할 강점은 무엇인지,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코디네이터&통역 -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히게 해 준 계기
위 4개의 축제에는 코디네이터 혹은 통역의 역할로 참여했다. 드디어 해외 페스티벌에 갔을 때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었다. 초청받아갔던 입장에서 주최 측의 자세나 대처능력을 보면서 보고 배운 게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외 공연팀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고, 아직까지도 교류하는 예술가들이 꽤 된다.
또 페스티벌은 나의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히게 한 발판이 돼주었다. 페스티벌에서 일한 계기로 스즈키 타다시 선생님의 통역으로 일본에도 갈 수 있었고, 프랑스 댄스 컴퍼니 오스모시스와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페스티벌 리서치 - 탐구하면서 배우다!
페스티벌에서 일하기만 했더라면, 보는 시야가 좁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2014년에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2018년에는 '덴마크4월축제'에 리서치를 하러 갔다. 이때는 일을 하는 사람의 시각에서 벗어나 공연을 보고, 축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다양한 아티스트나 프로듀서, 기획자와 미팅을 하면서 축제에 대해 깊게 탐구해볼 수 있었다. 두 축제 모두 각 나라에서도 유명하지만,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되었는지 많이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