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교 이상 수업하며 느낀 것
오늘은 진로·직업 멘토링을 다년간 하면서 느낀 것들을 글로 옮겨보려고 합니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생각한 것들이 정말 많았네요.
2015년, 공연기획자 멘토로 처음 교육을 시작하다
2015년, 저는 한 콘텐츠 회사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그 회사가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진행하는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사업의 용역을 진행하게 되면서 처음 진로교육의 세계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원격영상 기술을 활용해 전문직업인이 농어촌 등의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진로특강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수도권 지역에 비해 원거리 지역은 멘토가 직접 찾아가는 것이 어렵고, 예산도 많이 들기 때문이었죠.
지금은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었으나, 당시만 해도 원격수업은 상당히 낯선 영역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이 사업에서 거의 모든 부분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직군 분류, 멘토 섭외, 교육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멘토 인터뷰 및 기사 작성, 교육 모니터링 등을 했습니다.
제 주변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다양한 분야의 직업인을 섭외했습니다. (그때 도와준 주변 지인들 너무 고맙다!) 그리고도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든 연락처를 알아내 섭외하기에 이르렀죠. 교육 콘텐츠를 기획할 때도 직업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리서치하면서 의견을 냈습니다. 이론+실습으로 수업을 구성하자는 안도 적극 어필했고요. 이 사업에 피 땀 눈물을 다 쏟아부었다고 자부할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야근이 일상이었죠. 힘들었지만, 수업 모니터링을 하면서 학생들의 반응을 볼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진로교육에 대해 더 애정을 갖게 되었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몸소 깨닫게 되었죠.
타 직업인을 섭외하고, 교육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주로 하다가 저도 '공연기획자 멘토'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강의 경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망설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알고,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저라는 생각에서 용기를 냈습니다. 그렇게 처음 진로 멘토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학생들에게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학교로 찾아가 학생들을 직접 만나다!
원격영상진로멘토링을 통해 온라인 세상에서 학생들과 처음 만나기 시작했으나,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중간중간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금만큼 많은 교육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허락하는 한, 교육을 하러 다녔습니다. 학생들이 진로를 정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교육을 하면서 저도 느끼고 배우는 것이 많았습니다.
진로멘토링의 첫 번째 장점 : 내 삶을 복기해볼 수 있다는 것
현업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직업인들은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갖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직용이나 사업 제안용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육자료를 만드는 것은 단순 이력을 나열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작업입니다. 교육 효과를 높이려면, 학생들의 시각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는 무엇이고,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입니다.
이렇게 교육자료를 만들면서 학창 시절로 돌아가 학생 시절의 저를 돌아보기도 했고, 직업을 갖고 일을 하면서 해왔던 프로젝트들에 대해 면밀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쁘게 실행만 하던 제게는 빠져 있던 과정이었습니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더라? 그리고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시기로 돌아가 제 삶을 복기해 내려갔습니다. 아마 그냥 일만 했더라면, 이렇게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기회는 좀처럼 없었을 것 같습니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진로멘토링의 두 번째 장점 : 정보와 경험을 전하는 보람
"이거 어떻게 풀어야 해?"
학창 시절, 친구들은 제 자리로 찾아와서 문제의 풀이법을 묻곤 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그 분야에 대해 정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접근 방식을 아예 알지 못하는 이에게 설명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사고해 설명해야 합니다. 저는 그때도 친구들에게 문제 풀이 방식을 설명해 주는 게 좋았습니다. 가르쳐주면서 한 번 더 분명하게 개념을 깨우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교육자료를 만들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고, 제가 한 경험을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서 조금씩 수정하고 보완하기를 거듭했습니다.
스스로가 알고 있는 정보와 직접 한 경험을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보람이 커집니다. 지금까지 학생들을 만나 수업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목표의식이나 꿈이 있을 때, 삶의 밀도는 더욱 높아진다고 믿습니다.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꼭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라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구체화시켜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부터 대학생까지 100개교 이상 수업하면서 느낀 것
진로교육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이제는 초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진로멘토링'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수업을 하러 가서 타 직업 멘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야말로 선생님 수업 좀 듣고 싶네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시대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제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평생을 살기 어렵게 되었기도 하고,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할 필요성도 높아졌죠. 어쩌면 이제 진로 멘토링이란 건, 우리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준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 제공하기
저는 주로 중고등학교 수업을 다녔기 때문에 초등학교 수업이 들어왔을 때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직업 강의는 다소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업을 해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수업을 지속적으로 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만 하다가 취업할 나이가 돼서 본격적으로 진로와 직업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 당장 학생들에게 진로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직업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업에서 활동하는 직업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데 구체적인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올해부터는 각 지역 진로직업체험센터로부터 진로교육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수준별 교육'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전에도 교육자료는 차별화해서 만들어 두었지만, 올해 실습지 내용도 수준별로 난이도를 조정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교육하며 축적한 경험으로 더 좋은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평생 교육계에 몸담은 선생님들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교육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토대로 더욱 좋은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의 수업이지만, 그 시간 동안 학생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늘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