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페스티벌 방문기 1편(2014년)
글, 사진 김연정
공연기획자로 일하면서 해외 페스티벌에 갈 때는 줄곧 공연팀과 동행했었다. 때문에 페스티벌 그 자체를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것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보다는 공연을 성공리에 마쳐야 한다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했었다.
2014년,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국제교류 사업에 선정이 되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방문하게 되었다. 줄곧 같이 작업해 왔던 창작집단 <헬로! 파인데이>의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영국 진출 및 향후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영국의 단체를 찾기 위함이었다.
해외 페스티벌에는 한 번도 공연팀과 동행하지 않은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낯설었다. 그만큼 페스티벌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끼고,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관객들의 반응과 숨결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같은 꿈을 키우고 있는 영국, 그리고 해외의 다른 기획자들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설레었다.
사실 페스티벌은 관객뿐만 아니라,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좋은 교과서가 된다. 특히 이토록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페스티벌의 한가운데서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전 세계에서 온 기획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라 할 수 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흔히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ringe Festival)'을 떠올리지만, 사실 에든버러는 축제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이 열리는 8월을 전후해 에든버러에서는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 '로열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Royal Edinburgh Military Tattoo)', '에든버러 아트 페스티벌(Edinburgh Art Festival)',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북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Book Festival)',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등 10여 개의 축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흔히 이 전체를 아울러 ‘에든버러 축제(Edinburgh Festival)'라고 칭한다.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던 1947년 8월 24일, '예술을 통한 인류의 상호 협동과 이해'를 목적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 모토가 결코 헛되지 않을 만큼 이 축제의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사랑받는 축제의 하나가 됐다. 축제를 통한 지역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로 줄곧 손꼽혀온 만큼 이 축제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축제들이 이루어지지만, 공연일을 하는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지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었다.
▲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작품들은 축제 감독을 포함한 주최 측이 심사숙고해 선정한 작품들로 이루어지는 반면, 프린지 페스티벌의 작품들은 아마추어부터 공연전문단체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기준 없이 스스로의 자유 의지에 의해 참가한 이들의 작품들로 구성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는 1947년 8명의 배우들이 공터에서 무허가로 공연한 것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1947년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이 처음 열렸을 때 초청받지 못한 작은 단체들이 축제의 주변부(fringe)에서 자발적으로 공연을 펼친 것이 이 축제의 서막을 열었다. 짜인 체계나 틀 없이, 스스로의 자발적 의지에서 공연을 시작한 이들이 새롭고 독특한 공연을 선보임으로써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그 후 해를 거듭할수록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공연단체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들은 더 이상 주변이 아닌, 중심을 이끄는 주역들이 되어갔다. 이러한 이들의 움직임에 발을 맞춰 1957년에는 ‘프린지협회(Festival Fringe Society)’가 발족되었으며 홍보와 마케팅 등 공동운영 시스템과 원칙이 수립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양상 속에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는 전 세계 각지에서 물려든 1,000여 개 이상의 공연 단체들이 200개에 이르는 공연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의 축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1967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도 '오프(off)'라는 명칭으로 프린지 페스티벌 형식의 체제를 갖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많아도, 너무 많은 공연들
행복한 고민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의 장점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오히려 작품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단체의 작품들이 공연되는 것이야말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많은 공연 때문에 도대체 어떤 공연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이야말로 바로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Tip 1. 프린지 앱을 깔아보세요~
무거운 책자를 들고 다니면서 고민을 한 페이지씩 더하기보다는 프린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검색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연 시간별, 장르별로 분류되어 있어서 쉽게 검색하여 볼 수 있었다. ★My Festival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보고 싶은 공연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보고 나면 지우는 방식을 택했다. 게다가 공연 장소를 헤매게 될 때는 공연 장소 지도를 볼 수 있어서 찾아가기에 훨씬 더 수월했다. 페스티벌에 가게 되시는 분들께는 반드시 애플리케이션을 먼저 다운로드하시라고 권장드리고 싶다. 두꺼운 책을 보며 느껴지는 양과 부피의 부담감을 훨씬 가볍게 줄일 수 있으시리라 생각하기에.
각양각색 공연단체,
그 개성과 새로운 독창성 만끽하기!
수많은 공연단체의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 아마추어부터 공연전문단체에 이르기까지 프린지에서 펼쳐지는 공연의 수준은 어찌 보면 천양지차라고도 할 수 있다.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작품이 어찌 보면, 전문가의 눈으로 공인된 프로그램인데 반해 프린지는 어떠한 기준이나 룰에 의해 분류되거나 검열된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프린지의 정신'이자, '프린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다소 유치한 작품을 만나게 되기도 하지만, 숨어 있던 원석을 찾는 작품을 만나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마추어지만, 이러한 큰 판에서 경험과 관록을 쌓으며 훗날의 슈퍼스타는 등장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더욱 관객을 소중히 여기는 것일 테고, 나도 작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늘 두근대는 마음으로 봤다. 어찌 보면 공연을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과 첫 발걸음을 내딛는 기분으로. 애초에 관객이 없이 공연단체는 자생할 에너지도, 열정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꺼이 도전하고, 관객과 대면하면서 관록을 더해가는 이들에게 속으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관객의 입장에서 다시 소중한 관객들을 생각하며 감사함을 느꼈다.
로열 마일(Royal Mile),
거리 공연 및 홍보의 중심지!
너무 많은 공연의 선택지 중에서 어려움을 겪는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많은 아티스트와 공연팀은 에든버러 시내 중심의 '로열 마일(Royal Mile)'로 모인다. 로열 마일에서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자신의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공연단체들의 기발한 홍보, 그리고 버스킹 단체들의 공연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관객들은 이곳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전단지를 받을 수 있으며 다양한 스타일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에든버러에 머무는 15일 내내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갔을 정도로 매일 갔다.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극장이 아닌,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과 단체들과 아티스트들의 기발한 홍보법을 보고 있으라면 배울 것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공연과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홍보하면 온라인을 통해서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정말 관객들과 얼굴을 맞대고, 자신의 작품을 호소력 있게 홍보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내가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공연팀과 함께 온다면 어떻게 홍보할까 상상하며 구체적인 고민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고 말이다.
이들의 홍보 열기는 가히 뜨거웠다. 쌀쌀하고, 비가 오는 에든버러의 날씨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이목을 끌기 위해 다양한 복장의 코스프레는 물론이고, 방금 극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분장으로 나온 배우들도 있었고, 사진을 찍을 때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더 많이 올려달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 작품 홍보를 위해 모인 다양한 아티스트들 ★
로열 마일에 가면 다양한 팀의 공연을 극장이 아닌, 열린 공간-거리에서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발한 아티스트들의 홍보 방식을 한눈에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홍보 전단지를 받아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의 홍보는 열성적이며 재치 있고, 독특한 분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로열 마일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근처의 카페와 레스토랑도 항상 꽉 차는 통에 발 디딜 틈이 없이 일쑤였다. 특히 로열마일이 보이는 카페의 자리는 명당자리로 분류될 정도로 안에서 차를 마시며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아티스트들의 색깔과 개성은 이곳에서 여실히 읽힌다. 비단 작품의 완성도나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까지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지언정 이들이 가진 장점과 개성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어린아이에서 나이 지긋하신 노년 세대에 이르기까지 한 곳에서 공연이라는 강력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세대를 넘어,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넘어 축제라는 판 안에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웃는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
로열 마일의 한가운데에는 티켓을 살 수 있는 박스 오피스가 있어서 그 앞에서 홍보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이들이 홍보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껴 티켓을 구매하는 이들도 많았다. 나 역시도 몇 장은 이들의 홍보를 통해 흥미와 호기심을 느껴 즉흥적으로 구입한 것들이었으니까.
하긴 공연의 특성은 그렇다. 텍스트만으로는 절대 감이 오지 않는다.
엄청나게 붙어있는 홍보 포스터의 홍수 속에서 이분이 택한 홍보법은 바로 포스터 안으로 들어가 얼굴을 내밀고 있는 방법! 처음에 보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이 방식을 택하는 이들이 하루이틀 늘어가면서 익숙해졌던 풍경이기도 했다.
워낙 많은 공연이 펼쳐지기에 공연을 알리기 위한 기발한 홍보법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이곳에서 머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좋은 공연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잘 알리고,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연 작품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가 세계적인 축제로 부상한 것은 세계 각지에서 온 예술가, 공연을 보기 위해 먼 길까지 찾아온 관객, 그리고 공연을 사거나 팔기 위한 비즈니스의 목적으로 방문한 관계자들까지 다양한 니즈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것. 세계적인 축제가 되려면 역시 단순히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의미 이상을 넘어 비즈니스의 장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나의 깨달음이었다.
다음 후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