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축구 구단들이 매년 10월 9일 한글날을 축하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한글날 축하합니다"라는 텍스트 이미지만 올려도, 우리나라 고유의 한글날을 축하해줬다는 자체로 큰 호응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한국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구단들의 접근 방식도 정교해진 것 같다.
올해 한글날 콘텐츠를 업로드한 주요 해외 구단은 총 5곳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수의 구단들도 각각 다른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2025년 한글날, 5개 구단이 한국 시장을 어떻게 해석하고 공략했는지 마케터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올해 가장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입체적인 구성을 보여준 곳은 단연 토트넘이다. 한글날 콘텐츠로는 두 가지 릴스를 공유했다.
첫번째,
선수들이 직접 서툰 솜씨로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는 릴스다. 형식 그 자체로는 예측 가능한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팬들은 구단에서 시간을 할애해서 선수들이 한글을 직접 써본다는 것에 대한 진정성을 느낀다.
당연히, 완벽하지 않아서 더 친근한 선수들의 모습은 "귀엽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며 정서적 거리를 좁혔다.
두번째,
토트넘과 관련된 사진의 영어 표지판들이 한글로 바뀌는 릴스이다. 토트넘 경기장 근처의 표지판, 안내문 등의 사진이 영어에서 한글로 바뀌는 릴스의 아이디어가 좋았다. "런던 한복판에 한글이 걸린다"는, 팬들의 상상을 시각적으로 조금이나마 구현한 콘텐츠였다.
개인적으로 몇몇 장면들은 글씨체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훌륭하게 잘 구현된 릴스인 것 같다.
디테일: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토트넘의 디테일은 해시태그였다.
기존에 토트넘이 게시물에서 사용하던 #THFC #COYS #토트넘 해시태그를, 한글날 게시물 한정으로 #티에이치에프씨 #코이스 #토트넘 으로 변환했다.
일반 팬들은 잘 알아볼 수 없는 변화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섬세하게 신경 쓴 디테일이기에 인상깊었다.
: 같은 형식, 다른 전략. '스토리'와 '미학'의 대결
두 구단은 흥미롭게도 '타이포그래피 아트(Typography Art)'라는 동일한 형식을 선택했다. 한글 구단명 안에 일러스트를 채워 넣는 방식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약간의 디테일은 달랐다.
PSG (Visual Focus): '파리생제르망'이라는 글자 안에 에펠탑 등 파리의 아름다운 명소와 경기장을 채워 넣었다. 구단이 가진 자산인 '파리(Paris)'라는 도시의 미학을 강조했다.
Man City (Story Focus): 반면 맨시티는 그 안에 구단의 역사를 담았다. 1894년 창단부터 2012년 첫 PL 우승, 2022-23 시즌 트레블 달성까지.
약간의 스토리를 더해 구단의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녹여냈고, 캡션에도 "579주년 한글날, 아름다운 한글로 만나는 맨체스터 시티"라는 문구로 의미를 더했다.
결과적으로 PSG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맨시티는 스토리텔링을 선택했으며 두 구단 모두 각자의 브랜드 컬러를 잘 보여주었다.
먼저 바이에른 뮌헨은 한글날 기념 그래픽을 공유했다. 원고지, 훈민정음 등 한국적 디테일을 넣은 그래픽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디지털 그래픽 자체는 무난했으나, 그 진정성을'커머셜(Commercial)'과 연결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국내 축구 크리에이티브 브랜드 '오버더피치(Over The Pitch)'와 협업하여 한글날 리미티드 저지(Jersey)와 후디를 출시했다.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한글날을 축하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팬들이 직접 입고 즐길 수 있는 실물 굿즈를 내놓았다는 것은 한국 시장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마케팅과 세일즈가 결합된 가장 실리적인 접근이었다.
맨유의 콘텐츠는 제작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었다. 심플한 그래픽이었지만, 진정성을 담은 텍스트로 팬들에게 다가간 접근이 좋았다.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제579돌 한글날을 축하합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말과 글. 한글로 마음을 나누고 한국 팬 여러분들과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05년부터 한국어 공식 홈페이지와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여러분과 한글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
"2005년부터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소통해왔다"는 구단의 헤리티지를 자연스럽게 녹인 것이 좋았다. 예산과 리소스가 한정적이더라도, 문장 하나하나에 깊은 고민과 진심을 담으면 충분히 훌륭한 브랜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2025년 해외 축구 구단의 한글날 콘텐츠 중, 개인적으로 생각한 'Best 3'의 결정적 요인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1. 기획의 신선함 (Creative):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 주변의 영어 표지판이 한글로 바뀌는 과정을 숏폼(Reels)으로 구현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팬들에게 '런던에 한글이 쓰여지는 듯한' 시각적 몰입감을 선사한 것이 좋았다.
2. 진정성의 깊이 (Sincerity): 바이에른 뮌헨
디지털 포스팅에 그치지 않고 오버더피치와 협업해 '한글날 에디션 저지'를 발매했다는 점은, 한국 시장을 향한 구단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가장 오랜 시간동안 준비한 프로젝트임이 느껴졌다.
3. 최적의 효율 (Efficiency):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화려한 그래픽이나 영상 없이도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훈민정음의 유래와 2005년부터 한글 마케팅을 시작했다는 맨유의 진정성 있는 카피는, 낮은 제작 비용으로도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는 '고효율 마케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