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축구 구단들에게 우리나라의 명절은 이제 놓칠 수 없는 주요 마케팅 시즌이 되었다.
이번 2025년 1월 29일, 설날 역시 많은 해외 축구 구단이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단순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외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어떤 구단이 더 한국 문화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지를 겨루는 '디테일의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다.
올해 주요 해외 구단들의 설날 콘텐츠를 마케터의 관점에서 유형별로 분석해 보았다.
가장 적극적인 구단은 역시 '국민 클럽'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은 설날 주간에 무려 5개의 관련 콘텐츠를 쏟아내며 물량 공세를 펼쳤다. 3개의 릴스와 2개의 그래픽이었다.
기본적인 그래픽과 선수들의 새해 인사 영상은 물론, 제기차기 릴스(Reels)를 통해 한국의 놀이 문화를 체험하는 모습까지 담았다. 하지만 마케터로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한국 작가와의 협업'이었다.
토트넘은 한국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하여 설날 기념 아트워크를 제작했고, 해당 작가의 계정을 태그하며 존중을 표했다. '우리가 한국 문화를 이만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세련된 방식으로 전달한 전략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선수들의 새해 메시지 릴스와, 위트 있는 그래픽 총 2개의 콘텐츠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 중 압도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바로 선수들의 얼굴에 한복을 합성한 이미지였다.
기획 의도는 한복을 통한 설날 한국 문화와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조화로움 이었을 텐데, 결과적으로 의도치 않은 재미 포인트가 터졌다. 캡션으로 "어떤 선수가 가장 잘 어울리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팬들의 반응 중 "(한국인인) 김민재 선수가 제일 안 어울린다"는 코멘트가 높은 호응을 얻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한복을 찰떡같이 소화한 반면, 정작 김민재 선수의 모습이 어색해 보이는 상황이 재미있었다. 또한 팬들도 댓글에서 누가 가장 잘 어울리는지에 대한 토론을 펼쳐 좋은 인게이지먼트가 되었다. 물론 릴스를 통해 전한 선수들의 한국어 인사 메시지도 좋았지만, 이 '한복 그래픽'이 주는 임팩트가 훨씬 컸다.
맨체스터 시티와 PSG는 우리가 흔히 '설날 콘텐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정석적인 접근을 택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깔끔한 그래픽과 선수들이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릴스를 업로드했다.
PSG, 파리 생제르망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자산, 이강인 선수의 메시지를 필두로 선수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한글로 말하는 릴스를 올렸다.
두 구단의 콘텐츠는 그동안 많은 구단이 해오던 방식으로, 엄청난 크리에이티브가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성이라고도 볼 수 있고, 선수들을 통해 한국어 멘트를 따는 과정은 결코 적지 않은 품이 들어가는 일이다.
팬들이 기대하는 '예상 가능한 범위'를 충실히 채워주었다는 점에서, 글로벌 구단으로서의 기본기를 잘 지킨 사례였다.
이 두 구단은 심플하고 깔끔한 그래픽 위주의 전략을 택했다.
맨유와 울버햄튼 모두 '푸른 뱀의 해(을사년)'라는 점을 강조했다. 맨유는 그래픽에 바로 문구를 삽입했고, 울버햄튼은 캡션에 덧붙였다.
울버햄튼은 캡션 뒤에 "토미 도일 & 안드레 (2001년생, 뱀띠)"라는 문구를 덧붙이며 구단 내 뱀띠 선수들을 조명했다. 단순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소속 선수와 연결 지은 이 작은 디테일이 좋았다.
5. 아쉬움이 남는 시도: 라리가 (LaLiga)
FC 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등이 있는 스페인 리그인 '라리가'는 한글로 "2025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그래픽을 올렸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올린 적이 없던 라리가에서 한국 시장을 챙기려는 시도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전체적인 디자인 톤앤매너가 한국의 설날보다는 중국 느낌이 강했고, 무엇보다 사용된 폰트가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다. 단순히 번역 작업만 거쳐 업로드했다는 인상을 받기 딱 좋은 콘텐츠였다.
'현지화(Localization)'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의 번역이 아니라, 그 문화가 가진 고유의 '결'을 맞추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사례다.
2025년 설날, 많은 해외 축구 구단 콘텐츠 중 마케터의 시선으로 꼽은 Top 2와 아쉬운 점을 정리해 본다.
1. 토트넘 홋스퍼: 물량 공세와 한국 작가 협업
설날이 특별한 이벤트이긴 하지만, 5개나 되는 콘텐츠를 쏟아낸 정성이 대단했다. 또한 설날 디테일을 가장 잘 아는 한국인 작가와 협업하고, 작가에게 크레딧을 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였다. 한국 시장과 현지 작가들을 존중한다는 확실한 제스처였다.
2. 바이에른 뮌헨: 한복 x 선수들
한복 입은 선수들의 그래픽과 '누가 가장 잘 어울리나요?' 캡션은 팬들이 서로 태그하고 댓글을 달며 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었다. 특히 '김민재가 제일 안 어울린다'는 의외의 포인트가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며 댓글 인게이지먼트가 성공적이었다.
- 맨시티, PSG, 맨유, 울버햄튼 등 다른 구단도 좋은 콘텐츠를 선보였지만, 새로운 즐거움 보다는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정석적인 방식이었다.
- 아쉬운 라리가의 사례: "결이 안맞는 단순 번역 콘텐츠는 오히려 독이다."
한국 팬들은 이제 눈이 높아졌다. 중국풍의 디자인에 한글만 얹은 콘텐츠는 오히려 성의 없어 보일 수 있다. 진정한 로컬라이제이션을 위해서는 문화의 결을 잘 맞추거나, 한국에 맞추어 제작했다는 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