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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Jan 19. 2016

이석기-김재연 제명총회의 추억

철혈검 심상정

통합진보당에 참여한 진보신당 출신 인사들중에 대표주자는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다.


노동운동을 한 선배들인데 의원이 되고나서 만나보니 기름냄새 땀냄새보다는 여의도 정치색이 짙었다.


특히 심상정 대표의 일관된 권력지향은 대단했다. 2012년 진보당 사태 와중에 원내대표가 되고나서 내게 연락이 와 나가보니 원내부대표를 제안할 정도로 수완이 남달랐다.


심상정 대표와 얽힌 가장 두근거리는 추억은 단연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표결을 하는 2012년 7월 26일 의원총회였다.


진보맹 무정혈전

드디어 운명의 순간이 왔다. 이석기-김재연 무사의 목숨을 놓고 겨루는 진보맹 비무대회는 정파 사파의 대혈투를 방불케 했다.


풀 한포기, 바람 한 점 없는 삭막한 분위기,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진검승부를 앞 둔 팽팽한 긴장감, 곧 몰아닥칠 피비린내를 맡고 달려 온 취재진, 산 전체가 세기의 대결을 보려는 호사꾼들로 넘쳐났다. 철혈검 심상정 측 호위무사들이 총동원되어 대회장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 터라 입구부터 살기가 부딪혀 불을 뿜었다.


대회장에 들어서며 심상정이 내미는 손을 이석기는 잡아주지 않았다. 북소리가 울리기도 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움직인 손속은 무자비했다. 한손으로는 제명의 칼을 겨누면서 다른 손으로는 슬쩍 악수를 청하는 철혈검의 암수는 튕겨나갔다.

최루독으로 무림천하를 뒤흔들었던 김선동부터 창봉을 꼬나들고 출격한다. 제명의 부당성을 설파하는 김선동의 창무는 배꽃이 떨어지듯, 흰 눈이 휘날리듯 분분한데 창끝마다 피울림이 온 산을 진동한다.


이석기, 김재연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드는 상대 무사들의 기세도 등등했다. 군더더기 없이 급소를 노리고 사정없이 찔러 들어오는 칼날에 피안개가 무지개처럼 피어난다. 곳곳에서 벽력자 폭약이 터지고 독문세가 독공이 날라든다.


누가 이들을 같은 문파라 하겠는가? 한 때의 동지가 이제는 적이 되었다.


생사를 건 혈전은 하루종일 이어졌다. 양측 모두 지쳐 숨소리는 거칠고, 신경은 한층 날칼로와졌다. 이제 마지막 한 수가 남았나? 철혈검이 회심의 미소를 띠며 녹수검 김제남을 내보낸다. 그녀의 손에 이석기, 김재연의 운명이 달렸다. 둘은 이미 내상이 심각하여 신법은커녕 조금만 움직여도 주화입마에 빠질 위기다. 칼이 번뜩이고 나면 두 명은 치명상으로 쓰러지고 붉은 피가 솟구쳐 하늘을 적시겠지.


꽉 다문 입술, 굳은 표정의 녹수검은 소리없이 칼을 뽑아든다. 수많은 전투에서 사파의 목숨을 앗아간 푸른 검강이 석양에 반사되자 눈을 뜰 수가 없다.

다음 순간 녹수검이 제비처럼 날아들어 베어낸 것은, 아! 철혈검 진영의 기창이었다. 수기(帥旗), 영기(令旗)가 차례로 떨어진다. 기를 잃자 혼란 속에 철혈검 측 귀문팔괘진이 무너지고 이석기 김재연은 가까스로 죽음의 위기를 벗어났다.


놀라운 반전, 예상치 못한 사태에 온 산이 들끓었다. 호사꾼들이 산을 내려가자 주변은 곧 어두어지고, 진보맹도 깊은 상처을 안고 혼돈 속으로 빨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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