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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Jan 20. 2016

내가 만난 심상정 대표

2012년 7월 심상정 대표가 원내대표로 선출된 며칠 후 연락이 왔다. 아침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여 나가보니 여의도 죽집이었다.  나는 처음이었지만 심대표는 익숙해 보였다.


죽을 먹으며 파격적인 제안을 하였다. 원내부대표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뜻은 고맙지만 지금 상황에서 맞지 않는 제안이라며 정중히 거절했는데 오히려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자리를 비워둘 테니 마음만 정해지면 언제든 오라는 것이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야 이래서 심상정 심상정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심대표는 커피 한잔 하며 좀 더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나도 궁금한 점이 많았다.

심의원은 단도직입이었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면 되겠냐고, 어떻게 하면 자신과 같이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왔다. 나는 새로나기 특위를 거론하며 재벌해체 투쟁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니 정색을 한다.

이정희 대표가 내놓았던 재벌해체-개혁안도 사실은 자신의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주요 일간지와 기획인터뷰를 해서 한면 가득 재벌해체 투쟁의 필요성과 방안에 대해 피력하겠노라고 호기롭게 약속을 한다. 그러면서 새로나기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을 하였다.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1차 토론회 사진. 새로나기 특위가 발표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심상정 의원은 통합진보당 혁신제안서를 제출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시던 커피가 목에 걸렸다. 새로나기 특위와 자신을 마치 별개인듯이 발언을 깔면서 나를 끌어당기려는게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말펀치는 대단했지만 허상을 보는 듯했다. 이미 여의도식 정치를 하고 있는 심대표도, 여의도 죽집과 찻집도 내 기억에는 불쾌하게 남아있다.

무릇 정치는 신뢰라고 했거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글귀가 무겁게 뇌리에 박혔다.


심대표는 분당논거도 명쾌하게 일갈했다.

"내가 당대표가 된 들, 대선후보가 된 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 기자들이 나에게 마이크를 들이밀고는 “이석기 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말만 할텐데. 이미 통합진보당은 싫든 좋든 이석기 당이 되어버렸다. 내가 이석기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이석기가 나가지 않는다면 내가 나가는 게 맞다."

심대표의 판단기준은 ‘심상정의 앞 길’이었다. 자기의 목표, 자기의 기준에 걸림돌이 되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2012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는 심상정 의원. 한 참가자는 심상정의원의 강연이 박근혜 후보가 내세우는 국민 대통합을 보여주었다며 박수쳤다.


제명논거도 분명했다.

굶주린 이리떼에 둘러싸인 위기상황에서 집밖으로 이석기 의원을 쫓아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굶주린 이리떼는 검찰이다, 내쫓기면 이리떼에 물려 죽을 테지만 그렇게 구속되고 정치생명이 끝장나야 당사태가 마감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말을 듣고는 오싹했다. 검찰구속을 예측하면서도 그 사지로 동료의원을 몰아넣으려는 발상! 무서운 권력욕이었다.

마치 정파와 사파를 넘나드는 무협을 보는 기분이었다. 공안기관까지 활용하고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무자비한 풍모와 화려한 신법(身法)을 보수세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칭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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