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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Jan 22. 2016

내가 본 이정희 대표

월하낭랑 이정희

우리가 탄압을 받으면서도 가시밭길 진보운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억압받는 자에 대한 사랑, 저항하는 자에 대한 사랑,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마음... 고단해도, 상처가 들쑤셔도 남아있는 이유다. 성취욕, 호승심, 승패... 이런 것에 집착하면 당장은 빠르고, 또 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대신 오래 가지 못한다. 탐욕은 결국 수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언제가 이정희 대표는 진보당 의원들을 새로운 형질의 인간, 신인류라고 한 적이 있다. 가장 새로운 형질은 사실 이대표이다. 2009년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에서 비례초선이었던 이대표는 공장이 봉쇄되고 물, 전기까지 차단되자 노동자들에게 음식을 전달하려고 공장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공장으로 들어가려다가 저지당하는 이정희 대표.

웬만한 의원들조차도 엄두를 못낸 일에 나선 것이다. 궁지에 몰린 노동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일념에 자신이 당할 시련은 아랑곳않고 선뜻 결행하는 사람이 바로 이정희였다. 당시 구사대는 공장 정문 앞에서 농성하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물세례, 욕세례를 악다구니처럼 퍼부었다.


쌍용표국의 전설


콰쾅!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이 터지더니 거센 바람과 함께 돌들이 날아다니고 뿌리채 뽑힌 나무가 나뒹군다.

시야는 어두운데 우박처럼 돌과 바위 파편들이 쏟아지고 매캐한 화약내까지 진동하니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다. 한동안 귀가 웅웅거리고 주변 일대는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쌍용표국을 천축에 넘기려는 새 표주와 이에 저항하는 표사들의 귀곡성 전투는 바야흐로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었다.

잔악하기로 소문난 흑혈용역대와 관병무관까지 합세한 일급무사들이 일제히 검진을 펼치며 닥치는 대로 살육을 감행했다. 철통같던 방어진도 역부족인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처에서 피보라가 일어나고 십자연을 띄워 하늘에서 벽력탄을 쏟아 붓으니 사방 십리 인근이 무참히 날아갔다.


아! 무너지는가.


희뿌연 연기 속에 무언가 보일 듯 말 듯 하다. 돌연히 동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울리며 하늘을 뒤덮는데 경공술을 펼치는 무사들을 지휘하는 자는 바로 월하낭랑 이정희였다.


표국과 마교, 관가가 연합한 대군단이 진을 치고 살수를 펼치는 터라 어느 문파도 감히 지원을 못했던 상황에서 수세에 몰렸던 표사들은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우군에서는 옥류비검을, 좌군에서는 역천지장을, 중군에서는 태극진검을 펼치며 파쇄하자 호각지세를 이룬다.

최일선에서 월하낭랑이 몸을 솟구쳐 월하난무 무정검을 전개하니 무수한 검강이 흩날리며 흑혈용역과 마교들을 덮쳐간다. 피울림이 귀곡성을 가득 메우고 표주측 무사들이 패퇴하기 시작한다.


형세가 급변하자 표주는 이선에 대기하고 있던 전차대에 성곽 돌파를 명령하고, 독문세가에게 무형독공을 주문했다. 허물어진 성벽 사이로 전차대가 진입해서 독문무사들을 풀어놓자 악랄한 독공을 펼친다. 자욱한 독기에 표사들은 피부 곳곳이 시퍼렇게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 쓰러진다. 전세는 일순 혼전으로 빠져든다.

이를 본 월하낭랑은 표사들을 구출하러 독기 속으로 뛰어드는데 그곳은 생처가 아니라 사처였다.


곧바로 불화살과 벽력탄이 날아든다. 월하낭랑의 탄지신공이 열 손가락에서 뿜어나오고 무정검이 십성내공으로 펼쳐졌지만 섬광과 대폭발이 일어나 모든 것을 삼켜버리니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할 수 없었다.

몇몇 무사들은 월하낭랑이 아득한 계곡으로 비상하듯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한다. 아스라이 사라진 것인가?

그 후 누구도 월하낭랑을 본 사람이 없었다.


쌍용표국 표사들과 영원을 같이 한 그를 기리기 위해 무림은 '제마신녀'라는 칭호를 추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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