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규 Dec 17. 2015

새누리당에 이런 면도 있었다.

새누리당의 대중친화력(1)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으로 서울시경 국정감사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국정원 댓글 논란이 한창인 때였다.

국회가 올림픽이라면 상임위원회는 자신이 출전하는 주종목이라 할 수 있다. 상임위는 해당 행정기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법안과 예결산을 심사조정하고, 매년 국정감사도 진행하기에 피감기관 업무에 정통하게 되고 의원들도 상당히 친해진다.


나는 19대 국회 전반기는 안전행정위원회(안행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중앙선관위)에, 후반기는 정무위원회(국무총리실, 금융위, 금감원, 공정위, 권익위, 보훈처)에 소속되어 활동하였다.그날도 상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저녁식사가 있어 여러 의원들이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식사장소 근처에 IFC몰이 있어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의원되기 직전 저 건물 지을 때 꼭대기층에서
파이프슬리브 넣으며 용접을 했었습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이 놀라며 말을 받았다.


이의원 말을 들어보니
진보 쪽 정통코스를 밟아온 것 같은데,
나도 나름 보수 쪽 코스를 밟아왔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공직생활 -> 기관장 -> 지방의원 / 자치단체장 -> 국회의원으로 하나씩 승진(?)하며 공천을 받아 당선되는 거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히 공직생활을 할 때 수많은 주민들 민원을 받는다고 한다. 억울한 사연도 많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어떤 민원인은 호통을 치지만, 슬그머니 급행료를 찔러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평생 주민들을 만났어.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지. 그 애환도 함께 했고. 그래서 우리는 대중의 마음을 잘 알아. 그냥 겉으로 말하는 것말고 진짜 속마음 말이야. 뭘 원하는지 안다구. 대중을 알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계속 이기는거야. 국민들 정서에 우리만큼 정통한 데가 없을껄.


지금은 다시 배관공으로 일하고 있다. 진보정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인데, 종편들 눈에는 신기한 모양이다.
'헉!'
'새누리당이 대중적이고, 주민들 속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니!'
'선거와 연계시켜 유권자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다니!'


사실 모든 정치집단의 첫째 관심사가 여론지지도이기에 민심동향, 여론향배 파악은 당연한 말인데도 "대중을 안다"는 직접화법은 느낌이 완전 새로웠다. 흔히 새누리당은 귀족정당, 가진 자들의 정당이라고 치부했는데, 오히려 이들이 '대중, 주민, 정서'에 촉을 세우고 있었다. 선거에 살아남기 위해 그들 식의 대중론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누리당이 그냥 선거에 이기는게 아니었다. 오히려 선거공학, 대중동원에는 더 뛰어날 수도 있다. 스무살 학생운동 시절부터 '대중노선'을 들어왔던 나로서는 묘한 친숙함과 함께 전의가 불타올랐다.


'어! 한 번 해볼만 한 걸. 제대로 붙어보자구.'


작가의 이전글 글을 쓰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