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대중친화력(2)
의원들 사이에서 민원상담을 잘 한다고 소문난 사람이 서울 양천을 김용태 의원이다. 6선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텃밭이었던 야당지역구 양천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유를 물어보면, '민원상담'을 통한 주민접촉, 지지자 확보라고들 하였다.
2012년 늦은 가을인가에 의원 목욕탕에서 김용태 의원을 만났다. 궁금하던 차에 물어봤다.
김의원이 민원상담 잘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는거죠?
김용태 의원은 물 만난 듯 확신에 차서 말을 쏟아냈다.
한달에 두번 일요일에 했는데 처음 3개월이 중요합니다. 이게 쉽지 않아요. 보좌진들이 일요일 종일 근무하는 것도 그렇고, 민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게 되죠.
3개월을 버티면 의원실의 지역업무도 정착되고, 민원처리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의원입장에서는 보좌진 업무지휘에 틀이 잡히는 거구요. 지금은 2만명 이상 주민에게 민원상담 알림문자를 보내는데 이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어요.
원래 민원은 행정기관에서 안되는 일을 갖고 오잖아요. 그래서 성공확율은 적어요. 그런데 성공한 민원보다 성공 못하더라도 끝까지 성실하게 추진한 민원은 그 주민께서 너무 고마와하시고 주변에 엄청나게 소문을 내주죠. 나도 깜짝 놀랐어요.
벌거벗은 채 온탕에 몸을 지지며 김의원은 스스럼없이 재선비결을 풀어놓았고, 나는 궁금한 점을 모두 물어보았다.
"그러면 의원은 뭘 해요?"
민원상담하는 날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어야죠. 주민들이 오는 이유가 '의원 얼굴'을 보는거에요. 상담기록하고 민원처리는 보좌진들이 해도, 의원이 오는 분들 모두하고 꼭 얼굴보며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자는 몇개나 있어요? 홍보 한만큼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하루종일 상담하고 나면 아주 진이 빠져요. 보좌진들도 처음에 무척 힘들어하니 잘 해주세요.
김의원의 무용담은 따끈따끈했다.
'다들 저렇게 열심히 하는구나.'
2013년 4월부터 매달 했던 민원상담에는 새누리당도 얽혀 있었다.
지금은 김무성 대표의 비서실장을 하는 김학용 의원은 안성에서 새벽에 출근하며 주민들을 만나는 대표적인 성실파이다. 2012년 예결위 여당 간사를 하던 김의원은 '안성맞춤' 글자가 들어간 홍보문안을 예결위 자기 자리 노트북에 붙여놓았다. 김의원 질의가 9시 뉴스에 나오면 어김없이 그 문안이 전국방송에 노출되니 안성주민들이 보면 감탄할 일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렇듯 꼼꼼하게 지역을 챙겼다.
신림동이라고 쓴 팻말을 이마에 붙이고 다닐 수도 없고, 생각 끝에 인사말을 만들었다.
서민의 정이 살아있는
서울 관악을 진보당 이상규 의원입니다.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처음 이 인사말을 썼는데 괜찮았다. 상임위에서 본회의장에서 특위나 청문회를 할 때도 늘 빠지지 않는 첫마디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자극을 받아 안행위의 새누리당, 민주당 의원들이 너나없이 지역 특산물이나 특색을 넣은 인사말을 만들기 시작했다. 평상시 의회는 적과 적이 아니라, 모두에게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