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계급정치
계급정치, 계급정당이라는 말은 운동권에서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사회일반에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당사태를 겪으면서 '계급'이라는 말을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는 '계급정치' 본색이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반대로 계류 중이라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해당 상임위인 지식경제위원회에서 10시-10시로 통과되었으면 여야가 합의했다는 건데, 왜 뒤늦게 새누리당이 반대하지?'
당시 영세-중소상인들은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9시-9시'를 요구했다.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는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해달라는 것이다. 직장인들 퇴근하고 저녁시간에라도 동네시장이나 가게에서 장을 보고 갈 수 있도록.
당시 제한은 밤 12시부터 아침 8시였는데 야밤과 새벽에 장볼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형식적 조항을 실질화하자는 요구였다.
이 최소한의 요구가 상임위 여야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주장에 밀려 10시-10시로 결론이 났다. 새누리당은 중소상인과 대형마트의 이해관계를 절충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그런데 이것도 받을 수 없다고 법사위에서 개정안 통과를 막았던 것이다.
명백했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새누리당은 덩치 큰 자본, 대형마트를 노골적으로 옹호했다. 결국 본회의에 올라온 최종안은 12시-10시, 상임위 합의안을 2시간이나 단축시킨 개악이었다.
이 일을 겪은 후 새누리당 의원들이 깍듯이 하는 인사가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다. 한명씩 만날 때는 저렇게 예의바른 사람들이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는 여야간 약속도 팽개치고 돌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진 자들, 더 힘있는 자들을 위해 새누리당은 강력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반드시 성과를 냈다. 한마디로 충직했다.
새누리당은 한국 계급정치의 본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