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서 겪은 민주당
직접 겪어보니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례적이면서 깍듯이 인사하는 경우가 많고, 민주당 의원들은 발랄하게 맞아주기도 하지만, 목이 뻣뻣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인사하며 어울려 지내다가도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거나, 청문회를 할 때는 그야말로 계급장 떼고 실력 대 실력으로 붙는다.
'특종'을 올려 언론에 한 줄이라도 더 나오기 위한 경쟁은 다음 선거에서 생존을 좌우하기에 사활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의원-보좌진들이 열심히 하지만, 성실함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력있는 의원실만 사건의 핵심을 파헤치고 언론과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 의원들과 붙어보면 내공이 확 느껴진다. 초식을 펼치는 손놀림이 다르고 헛점을 치고들어가는 감각도 본능적이다.
2013년 국정원 청문회에서 야당간사를 맡았던 정청래 의원의 맞짱실력은 일품이었다.
지난 대통령선거는 불법선거였습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불법적으로 개입한 불법대선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경찰청에 허위수사 발표를 함으로써 결정적으로 표심을 왜곡한 부정선거였습니다.
로 시작한 10분 기조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대선이 왜 불법부정인지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청문회 마지막 회의를 마친 8월 21일에는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주도하며 민주당을 행동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도 하였다.
3선의 박영선 의원은 특유의 돌파력으로 청문회장을 들었다놓았다. 2차 청문회 증인들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차단막이 쳐지자 여야 공방이 오갔다. 그 와중에 정회했는데 박영선 의원이
왜 국정원이 저 증인석 뒤를 자유롭게 오고가느냐?
면서 차단막 뒤로 쏜살같이 치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증인들 자리에 놓여있던 모범답안지, 핸드폰 등을 찾아냈다.
증인들끼리 말 맞추기 위해 차단막을 쳤냐? 이런 청문회는 안된다. 모범답안, 핸드폰을 비롯해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비는 허용할 수 없다.
이 한마디에 증인석은 국정원 통제구역에서 국회 통제구역으로 바뀌고, 증인들이 미리 준비한 모범답안지도 볼 수 없게 되었다. 팽팽한 여야 줄다리기가 단숨에 꺽이고 야권이 주도권을 잡게 한 박영선 의원의 순발력과 전투력은 인상적이었다. '여장부'라는 세간의 평가가 빈말이 아니었다.
경제계의 검찰이라 불리는 곳이 정무위에 소속된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이다. 그런데 이 실세 위원회들이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에게 늘 쩔쩔 맸다.
2014년 가을에 결산안과 예산안을 심사할 때 김의원은 정부제출 보고서를 직접 모두 읽어보고 검토했다. 예결산 보고서는 대부분 수치로 되어있어서 숫자가 지니는 의미를 번역하듯 파악해야 하고, 전년도와 비교 / 당초예산과 비교 / 중복예산찾기 등 산더미처럼 일이 많다. 그래서 보좌진들이 나눠서 하는 경우에도 보고서를 다 보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의원이 직접 다 봤다는 것은 대단한 성실성과 집중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중복예산, 비효율예산을 완벽 파악해 놓고 들춰내니 세부항목을 몰랐던 피감기관장들은 혼쭐이 났고, 변명을 하다가 들통나는 경우도 많았다. 정무위에서 이렇게 깐깐한 결산-예산 심사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김의원은 피감기관에서 경계 1호 인물이 되긴 했으나 제대로 심사했다는 긍정평가는 누구나 일치했다.
민주당에 실력있는 의원들, 전투력 있는 의원들이 많다는 것은 야권의 복이다. 그러나 야권의 복이 야권의 승리,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