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 민주당
의원들이 피감기관 업무감사에, 예결산 심사에, 법안심의까지 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의원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다. 사석에서는 더하다. 의원에게 솔직하게(?) 또는 거칠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2012년 예결위를 할 때, 모두 선배뻘인 법무부 장관부터 국장들까지 나에게 극존칭을 쓸 정도였다.
그런데 그 날만은 예외였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의원들 겪어보니 참 재미있는 일이 있습디다."
이렇게 운을 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떨 때는 자질이 의심이 되요. 보좌관이 써준 걸 미리 읽어보고 잘 이해안되면 공부를 하고 나와야 하는데 질의하면서도 전혀 내용파악이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자기가 물어보면서 자기가 몰라, 그것 참! 그에 비하면 민주당 의원들이 훨씬 뛰어나죠. 새로운 사안이 발생해도 바로 학습이 되고, 전투력도 대단해요. 지켜만봐도 진땀이 난다니까!"
'어라? 이 양반이 야당성향이 아닌데, 어째 이런 소리를 하지.'
속으로 의아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할 틈도 없이 이어진 뒷이야기는 반전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그 잘난 민주당 의원들이 한번도 새누리당을 이기지 못하더라는 겁니다. 철옹성 새누리당에게 연전연패당하고 있죠.
이 명쾌한 결론은 오랫동안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새누리당의 연전연승을 상임위에서, 본회의에서, 재보궐선거에서 늘 봐야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집단 플레이,
민주당은 개인 플레이다.
새누리당은 대중언어를,
민주당은 정치언어를 구사한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설이 된 말들이다.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에서 야권연대라는 집단플레이로 승리를 해놓고도 종북몰이에 기가 꺽여 승리의 열쇠인 '연대'를 화들짝 던져버렸다. 무엇이 남을지는 불을 보듯 빤하다. 홀로 남은 그들은 야성 지지자들로부터도, 국민들로부터도 외면받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오호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