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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Jan 05. 2016

민주당은 엉거주춤 통합정치였다.

민주당의 통합정치(1)

새누리당이 계급정치를 본색으로 할 때, 제1야당은 어떤 정치를 할까?


2012년 예결위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이라는 예산안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여 올라왔다. 대규모 순환정전(Black Out) 사태를 막기위한 '전력부하관리' 사업예산을 당초 665억원에서 5배가 넘는 3646억원으로 올려달라는 개정안을 11월에 가져온 것이다.


5월에 665억원을 1545억원으로 1차 자체변경을 했고, 곧이어 6월에 1천억원을 추가한 2545억원으로 2차 자체변경을 해서 2천억원을 편법으로 쓰고도, 남은 2달 동안 1000억원을 더 쓰겠다는 작태에 사후도장을 찍어달라는 후안무치였다.



2011년 가을에 이상기후로 이미 블랙아웃 위기를 겪었는데도 이상기후와 연관된 전력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안을 수립해놓고 감당이 안되자 전력당국은 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정책연구예산과 외딴섬을 비롯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지원할 예산까지 몽땅 긁어다가 전력수요가 큰 대기업에 퍼주고도 모자라자 급기야 배보다 배꼽이 큰 편법개정안을 올린 것이다. '국가재정법' '예산 집행지침' 위반이자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기금운용 방식을 들여다보면 더욱 가관이었다.

대기업에게 원가이하로 싸게 전기 공급(주택용의 74.5%) -> 전기낭비, 전력예비율 위기 -> 대기업에게 전력절감 요청 -> 전기요금의 10배 내외로 보상.

* 2012년 10개월간 보상액 잠정추계
- 현대제철 471억, 대한제강 194억, 고려아연 179억, 포스코 105억 등


그런데 이상한 것은 민주당의 침묵이었다. 이미 상임위원회인 지식경제위 전문위원들이 조목조목 개정안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보고서로 제출했는데도 별 반응이 없다. 나는 이런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사실도, 예결위에서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는 현실도 이해되지 않았다.


조용한 제1야당은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2013년 여름은 박근혜 정권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국정원 댓글개입'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청문회가 8월초 마칠 예정이었다가 국정원장 출석여부로 줄다리기를 하면서 기간이 중순까지 연장되었다. 그러나 증인들의 뻔뻔한 답변회피, 새누리당의 철벽방어로 물타기가 되버려 국민들에게 변변히 내놓을 결정타가 없었다.


그때 나는 민주당 쪽에 건의했다. 국정원 개혁을 약속받지 못하면 9월 정기국회를 걸어버리자고 했다.


2013년 4월, 민주당은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규탄 결의문을 의원총회를 통해 채택하였다.


"우리도 소수정당이면 그렇게 할 수 있죠. 민주당은 집권을 눈앞에 둔 대안정당인데 극한 투쟁을 할 수 있나요?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드려야죠."
'어 이거 뭐지?'


한 방 제대로 맞았다. 민주당의 실체는 아프게 다가왔다.


2013년 8월 29일,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찍은 사진. 이들이 외쳤던 국정원 개혁은 아직까지도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사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고 출범을 준비할 때도 기회가 있었다.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으니, 인수위가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을 그냥 통과시키지 말고 공약이행을 받아내자고 제안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에이 그러면 안되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한테 덤벼드는데, 퇴로는 열어줘야지. 이의원은 아직 정치를 잘 몰라. 정치의 묘미는 상생과 통합이야."


뿅!


그래, 아름다운 상생이었다. 제 1야당의 협조 아래 박근혜 정부는 순풍에 돛단듯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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