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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Jan 06. 2016

상생은 기득권의 포장된 이름!

민주당의 통합정치(2)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서 야당간사를 하는 우윤근 의원이 모든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내용은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 6쪽 정도의 장문이었는데 왜 개헌을 주장하는지 궁금해서 꼼꼼이 읽어보았다. 다양한 전문용어는 물론 정치권력 구조에 대한 국제적 비교까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논리정연하고, 구체적 경험까지 들어있어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서 진행한 최태욱 교수 초청 강연회. 사진에서 보듯 많은 국회의원들이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자꾸 무언가 눈에 밟혔다. 노는 동네가 다른 듯한 느낌, 설득력은 있으나 우리 이야기는 아닌 듯한 묘한 어긋남이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서야 그 실체를 알게 되었다.


우의원이 2014년 4월 국회보에 기고한 <갈등 유발형 '제왕적 대통령제' 이제는 근본적으로 바꿀 때!> 라는 글을 다시 꺼내봤다.


-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선출된 군주(elected king)'로 군림하며, 현실 정치하에서 승자독식 구조와 맞물려 초월적 권력을 행사한다.
- 국회는 대통령 권력을 향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전쟁터가 된다.
- 이는 극심한 정쟁과 권력형 부정부패로 이어진다.
- 세계 선진국들도 우리와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지 않는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성공한 대통령제 국가를 찾기 어렵다.
-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다수결 민주주의'는 갈등 유발형 정치체제이기에 근본적 대안으로 '협의 민주주의' 즉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한다.


인물 몇 명 바꿔야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기에 구조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백번 맞다. 그런데 개헌의 근거 어디에도 '서민의 애환' '민중의 고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통합과 상생을 앞세워 번번이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는 제1 야당에게 대통령의 권력을 조금 더 떼어준다고 서민의 삶이 바뀔까? 서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권력의 속성을 바꾸지 않고, 파이를 나누어봐야 서민들 애환이 해결될까? 민주당 의원들 눈에 여야의 차이가 커 보일지 몰라도 서민들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자 똑같은 기득권일 뿐이다. 오히려 권력을 나누어 가질 궁리나 하고, 민생은 뒷전이기에 야당다운 패기도 없고, 투쟁도 못하는 것 아닐까?


스스로 실토하듯 민주당은 권력을 나눌 수 있는 위치까지 와있다. 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순간, 야당은 더 이상 야당이 아니게 된다. 이빨 빠진 호랑이로 무엇을 하랴!


2014년 9월 30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누더기가 된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민주당은 투쟁을 포기한 셈이었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운용계획'에서, '국정원 댓글공작'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서, '진보당 해산사태'에서 눈으로 본 제1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의 근저에는 자리 지키기, 곧 '기득권'이 있었다. 민주당 개별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정치세력으로서 민주당은 자유주의도, 중도개혁도 아닌 명확히 '가진 자'였다.


20살 젊은 시절, 청운의 꿈을 품고 대학에 입학할 때, 나는 절대 데모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몇 달 가지 못했고, 결국 짱돌을 들었다. 그날 밤 녹두거리에서 술 마시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때 나를 데모로 유인한 놈이 바로 '기득권'이었다. 세상에 타협하는 비열한 판검사들, 군화발에 벌벌 떠는 학자교수들이 쓰레기보다 못 해 보였다.


기륭전자 철탑농성 중이었던 나와 (당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을 경찰은 강제로 끌어내렸다.


30년이 지나서도 그 비열한 면면들이 활보하고 있으니 헛 웃음이 나온다. 부조리를 척결 못한 책임감도, 현실의 커다란 벽도 느끼지만, 가장 낮은 곳에서 눈물짓는 서민들과 함께 투쟁하는 길이 정답이라는 확신도 더해진다.

우의원 기고글에 의하면 국회의원 개헌모임 154명은 새누리당 56명, 새정치연합 96명, 정의당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은 달라도 한 식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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