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2012년 대선, 공식 선거운동 들어가기 전에 박근혜 캠프는 몇 차례 내홍을 겪었다.
그때 새누리당 쪽 사람들은 "캠프체계가 엉성하다", "책임지고 결정할 사람이 없다", "후보에게 접근이 안된다"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었다.
며칠 후 의원회관 목욕탕에서 만난 새누리당 의원에게 물었다.
"박근혜 후보 당선 원인이 뭐예요? 공식평가는 안 나왔어도 일감이란게 있잖아요."
별 생각없이 질문을 던졌는데 답변을 못한다.
"글쎄요, 뭘까요. 생각을 안 해봐서..."
"조직력 우세인가요?
어떤 지역에서는 유권자가 엄청 몰려들었다는 기사도 있던데."
"아니, 조직력이야 노사모 이래로 민주당이 더 강하지."
어젠다 선점효과? 홍보전의 우위? 몇가지 더 물어봤지만 잘 모르겠다고만 한다. 마지막 질문이
"그럼 선거의 여왕 박근혜 효과인가요?"
"아 뭐 그렇게 볼 수 있죠. 선거하면 박근혜니까."
약간의 실망과 역시 박근혜 카드 밖에는 없구나 했다.
18대 총선 개표에서 주목받은 당선자는 강기갑과 박근혜였다. 강의원은 새누리당 실세 이방호 사무총장을 안방에서 꺽었고, 박의원은 한나라당-친박연대-무소속에 두루 분포한 최강 계파를 이끈다며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17대 총선 개표에서 주목받은 당선자는 노회찬과 박근혜였다. 노의원은 김종필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밀어내 3김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고, 박의원은 천막당사 와신상담으로 빈사지경이었던 한나라당을 회생시켜 압승하리라던 열린우리당을 바짝 추격했다.
지방선거, 총선에 이어 결국 대선에서도 박근혜 효과는 독보적이었다. 나름 이런 정도로 생각했는데 박근혜 캠프 본부장을 맡았던 한 의원은 박근혜 당선의 1등 공신이 이정희 대표라며 농반 진반으로 나에게 고맙다고 하는게 아닌가! 이정희 책임론을 처음 들은 기분은 다가올 먹구름의 전주곡처럼 음산했다.
그러나 박근혜 효과나 이정희 책임론은 모두 변죽이었다. 후에 하나 둘씩 밝혀진 바를 모아보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온갖 편법이 횡행했다.
1. 김무성 총괄본부장의 NLL 발언
2. 국정원,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3. 개표과정에서 명백한 부실과 부정의혹
정권을 잡지 못하면 정치적으로는 물론, 사법적으로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았다는 것에서 새누리당이 얼마나 절박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정권유지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냥 이를 악물은 정도가 아니다. 권력을 빼앗긴 비애과 배고픔을 겪어봤기에 독기를 품고 처절하게 덤벼든 것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캠프는 어땠을까? 안철수, 심상정 후보와 잇딴 단일화에 성공하고 이정희 후보가 사퇴하여 명실공히 단일후보가 되었는데도 왜 패배했을까? 무엇이 부족했을까?
이 숙제가 정권교체의 열쇠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