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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Jan 11. 2016

보수진영의 쓴소리

박근혜 정권 중간평가

2014년 가을 쯤, 새누리당 인사를 만났다. 사석이라 편하게 이런 저런 일상사를 나누던 중에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여성 대통령을 겪어보니 한국에서 당분간은 여성 대통령은 안될 것 같다. 뭐 제대로 되는 게 없지 않나? 우리는 이 정권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 제발 사고만 치지 말아 달라는 바램이다. 다음 선거 치를 생각이 끔찍하다"


마치 임기말 레임덕이 온 듯한 발언이었다. 취임 2년도 안되어 국정원 댓글파동,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남북정상회담록 공개파문, 세월호 참사 등 수많은 일들로 대통령 이미지는 얼룩지고, 당선 일성이었던 국민통합, 국민행복, 경제민주화는 물건너 간 지 오래였다.



그러고 보니 박근혜 정부 1년차에도 보수진영은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단어는 '국정원' '검찰', 그리고 무슨 무슨 '의혹'이었다"며 "그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는 주무 장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박근혜 시대에는 국민 통합을 위한 스마트 정치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절제된 스마트 정치는 보이지 않고 정치적 '레드 라인'마저 무너지고 있는 듯하다"
-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정부는 우리 경제가 거시적으로 보면 괜찮다,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발표하는데, 내가 볼 때 구조적으로 체감경기가 안 좋다"
-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2013.12.14 중앙일보. [뉴스속으로] '대선 승리 1년, 보수의 쓴소리'에서 인용)



중진의원들이 대통령 앞에서 소신발언은커녕 눈도 못 마주친다는 한탄을 들은 바가 있다. 국무회의에서 받아적기는 해도 정책토론이나 사건대책이 내실있게 논의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들었다. 대통령 무서운 사람이다, 두고 보면 알꺼다는 경고도 들었다. 정홍원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히고도 후임인사를 찾지못해 결국 그 자리에 눌러앉는 어처구니없는 일에 망연자실하는 공무원도 보았다.


진보당 해산에 열을 올리는 사이에 정작 보수진영 내부의 반발이 커진 셈이다. 강압과 찍어내기를 하다보니 설득과 타협이라는 정무기능이 사라지고 내부정치마저 실종되었다. 당내 선거에서 친박인사가 당선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본다.


"지난 2년 반,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여론과 관료 시스템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동적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의 대통령 대면 보고조차 드물 정도로 권위주의적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메르스 사태가 그토록 커진 것은 통치자의 자폐적(自閉的) 리더십으로 국가 시스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2014.09.04 조선일보. 윤평중 칼럼, 박대통령 협치로 재도약해야)

고인 물이 썩듯이 나누지 않는 권력은 안에서부터 붕괴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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