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당선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후임인데도 정부조직을 전면 뜯어고치려고 했다. 핵심은 미래창조과학부였다.
나는 당시에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에 들어가서 정홍원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한편, 상임위 차원으로는 안행부 장관 청문회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루고 있었다.
정홍원 내정자는 고위 공직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흠잡을 데가 없었다. 흔히 드러나는 위장전입, 투기의혹, 논문표절, 병역비리가 없는 것은 물론 재산 자체가 적었다. 다만 검찰 출신이라 전관예우는 피해가지 못했다.
정홍원 내정자가 실세 총리로서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장담한 점에 주목하여 우리는 장관 내정자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총리에게 파헤칠 문제점이 많지 않으니 장관으로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언론에서도 그랬고, 우리에게도 가장 큰 관심사는 미래부 내정자 김종훈이었다. 인수위가 가장 야심차게 추진하는 통합 신설부처인데다 미국에서 IT산업으로 성공한 김종훈의 경력도 화려했다.
문제는 김종훈 내정자를 어떻게 파헤칠까였다.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서 자라고 성공했기에 한국에는 알려진게 별로 없었다. '글로벌 성공시대'라는 TV프로그램 출연이 거의 전부였다.
당시 청문회 대응팀에 나가있던 허엽 보좌관이 2012년 10월 국정감사 때 광주광역시 국감 경험을 떠올려 김종훈 내정자의 미국 행적을 뒤져보자는 제안을 했다. (* 광주광역시 국감 내용은 맨 아래 참고)
이석기 의원실에서 김종훈의 미국 이름인 'Jeong Kim'으로 구글링을 했는데 글쎄 이게 대박을 터뜨렸다.
놀랍게도 김종훈은 미 CIA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다. CIA의 정보기술력 취득 창구역할을 하는 특수회사 '인큐텔'의 창립에 관여했으며, 정보기관의 자문역할을 하는 '인텔리전스 리뷰'에 패널로 참여한 정식 자문위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장 언론은 대서특필로 보도했고,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이후 몇 가지 김종훈 내정자에 대한 의혹보도가 나가자 결국 장관직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정희 대표가 TV토론에 나가 박근혜 후보에게 "당신을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한 발언에 이어 박근혜 인수위의 야심찬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미운털이 박히게 된 두번째 사건은 이석기 의원실 작품이었다. 이때부터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작전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싶다.
미국업체의 국제사기극으로 80억원 가량의 광주광역시 혈세를 낭비했다고 지역 언론에서는 이미 보도되어 논란이 일던 '갬코 사건'에 주목했다.
우리가 이 사안을 다시 파헤쳐보니 광주시 행태에 이해가지 않는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미국업체 면담, MOU 체결 등 주요한 계약행위는 광주시가 하면서도 계약체결은 광주시가 아니라 광주진흥원이 전액 투자한 갬코를 앞세웠다.
무언가 분명히 있을 듯했다. 곰곰 뜯어보다가 언론에서도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미국기업 대표 이름 '브리튼리'가 눈에 뜨였다. 기업 설립날짜도 갬코와 MOU를 체결하기 얼마 전이었다. 아무래도 이름 끝 '리'가 걸렸다. 한국이나 중국 출신일 수 있다는 예감이 왔다. '브리튼 리'를 추적해보니 태권도 선수까지 한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국제사기극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다. 자료를 더 들여다보니 사기를 친 기업이 80억원을 낼름 삼킨게 아니라 7억원 가량을 다시 국내업체로 송금하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 업체들을 확인해보니 당시 강운태 광주시장의 아들이 취직한 업체였다.
국감장에서 이 의혹을 정면으로 추궁하자 강운태 시장은 당황을 넘어 발끈하는 태도를 보였고, 이에 의원들이 강력하게 경고하는 등 한동안 광주지역의 화제가 되었다.
그 이후 우리는 국제사업에서 검은머리 미국인을 주목하게 되었는데 2013년 충청북도와 전라남도 지방국감에서도 관련 문제점과 흔적을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