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가 안행위이다 보니 '경찰'이 관련된 사안, 곧 시위 투쟁현장 집단민원이 있는 곳에는 늘 다녀야 했다. 때로는 몸이 고단했지만, 어느 현장이든 절박하지 않은 곳이 없었고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아픔과 모순이 민낯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고압 송전탑 갈등을 빚던 밀양의 할매들이 생각나고, 송전탑 고공농성을 하던 쌍용차 비정규 동지들 모습이 영화의 장면처럼 흘러간다.
그렇게 잊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제주 강정마을'이다.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동네가 갈가리 찢기고, 해녀들의 물질은 줄어들고, 제주는 멍들어갔다. 육지에서는 제주로 떠나고 싶어 하지만, 정작 제주에서는 육지로 나가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나에게도 선망의 섬이었던 제주는 행정상으로는 대한민국이지만, 경제나 군사면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이미 중국의 개발자본이 엄청 들어와 있고, 미 태평양 사령관이 최신예 스텔스 구축함인 '줌왈트'를 제주기지에 배치하자는 발언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사드처럼 제주 해군기지가 중미 갈등의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
강정마을은 바람이 세다. 해군기지든 크루즈 항구이든 적당하지 않다. 다만 지도상으로 볼 때 태평양으로 뻗어가는, 거꾸로는 러시아와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가지 못하 게 하는 대륙봉쇄의 전략 요충지가 바로 강정마을이다. 해방 직전 미군이 지도를 보면서 38선을 획정했듯이, 강정마을도 책상머리에서 결정했을까?
나는 2012년 당선된 첫해부터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파헤쳐, 구럼비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바람을 이루고 싶었다.
원래 해군기지로 만들려다 주민들 반발이 거세자 크루즈도 들어오는 군민복합항으로 항구건설 계획을 바꾸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적, 제도적 보완 없이 공사를 강행하려다 보니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해군 자료와 총리실의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하여 검토해보니 입출항 안전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부적합 항구였다. 지금도 풍랑주의보가 뜨면 군함은 오히려 피항한다고 한다.
부실-졸속 시공으로 항만공사에 쓰이는 케이슨 7기가 태풍에 완파되기도 했고, 항만 공사를 했던 건설노동자들의 부실공사 증언과 사진도 확보했다. 항구의 성격과 입출항하는 배의 규모가 달라지면서 기존 설계를 바꾸었는데 이때 해야 하는 공유수면매립 관련법도 지키지 않았다.
여기에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통제하려고 경찰병력을 무리하게 운용하면서 각종 사고가 속출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을 확인할 때마다 '왜 이렇게까지 무리를 할까? 무엇이 해군을, 경찰들을, 제주도청을 내몰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 답을 2012년 11월 6일 예결위 질의과정에서 어렴풋이 찾을 수 있었다. 국방장관은 '입출항 안전을 위해 항로법선을 77도에서 30도로 바꾸었다.'고 답변을 했는데 바로 뒤이어 나온 문화재청장은 '항로법선이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나 생물권보전지역 침범 조사는 하지않았다.'고 답변을 하는 게 아닌가!
항로법선 변경은 이미 2월에 국가정책조정회의 결정사항인데도 문화재청장은 통보받지 못했다고 하니 도대체 어찌 된 일이지? 아니, 다음 순간 윤곽이 확 들어왔다.
'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해서 하는 일이 아니구나. 그러니 정부부처간 손발이 안 맞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르기도 하고, 법적 의무도 지키지 않는구나. 오직 공사강행만 해야 하는구나.
◯이상규 위원 감사합니다.
또 다른 논란인 제주 민․군 복합항에 관련돼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먼저 회의록 몇 가지를 좀 읽어드리겠습니다.
‘정부가 그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고 바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그런 데이터를 우리보고 만들어 달라고 그러는데 제가 봤을 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겁니다’, 4차 회의록 114쪽입니다.
‘배의 규모를 줄여야지, 그 지역에 맞지도 않는데 억지로 15만t을 갖다가 2척이나 넣어서 거기에 맞춘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지요’, 2차 회의록 46쪽입니다.
제가 하는 얘기가 아니라 기술검증위원회 위원들이 한 얘기입니다.
‘크루즈 부두를 하면 거기에 맞게 가장 먼저 해야 될 게 수역시설이거든요. 그런데 그 배(15만t 크루즈 선박)가 들어왔는데도 바뀐 게 평면 쪽은 하나도 없습니다’, 2차 회의록 62쪽입니다.
이것은 기술검증위원회 전준수라고 하는 분이 한 얘기인데요. 4차 회의록 125쪽, ‘아이디어를 제가 말씀드리는 거예요. 왜냐하면 제일 두려운 게 공사가 중단될까봐 그것이니까’, ‘현 공사는 두고 어떻게? 현 계획된 공사는 스케줄대로 개시되어야 한다. 그렇게 집어넣을까요? 그러면 아주 좋지요’
총리님, 이 회의록에 대해서 이런 얘기가 오고 갔다고 하는 것이 얼마 전에 언론에도 보도가 된 적 있는데 알고 계십니까?
◯국무총리 김황식 우리 총리실장이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제가 그 보고를 받았습니다. 더 정확한 말씀을 원하시면 우리 총리실장이 답변을 해도 좋겠습니까?
◯이상규 위원 예. (후략)
◯이상규 위원 다음에 항로 변경 문제인데요. 민․군 복합항이 들어가는 항로법선이 처음에 30도였지요?
◯국방부장관 김관진 예.
◯이상규 위원 그러다가 77도로 바꾸었습니다. 이것 77도로 바꾼 이유가 뭐지요?
◯국방부장관 김관진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도록 이렇게 하기 위한 조치로 알고 있습니다.
◯이상규 위원 이것 제가 질문지를 미리 안 드려서 답변을 정확하게 못 하시는 것 같은데……
범섬하고 문섬하고 그 뭡니까,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입니다. 그래서 30도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77도로 바꾼 거거든요. 그런데 77도로 바꾸면 너무나 위험해서 다시 30도로 또 바꾸어 버렸습니다. 처음에 30도, 77도, 다시 30도로 바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지적한 천연기념물 그다음에 생물권보전지역 전부 다 침범하게 됐는데 여기에 따른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고 그냥 바꾼 것을 정부가 고시해 버렸습니다, 해군에서요.
이렇게 주먹구구로 일을 할 수가 있습니까?
◯국방부장관 김관진 공사 전에 각종 환경영향평가로부터 문화재 발굴, 이 평가까지 법대로, 규정대로 다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상규 위원 문화재청장님 나와 계십니까?
문화재청장님.
◯문화재청장 김찬 예.
◯이상규 위원 여기 평가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문화재청장 김찬 기존에 천연기념물 관련된 건 다 문화재 심의까지 받았고요. 지금 말씀하시는 부분은 아직 항로가 결정되지 않는 상태로 저희가 알고 있는데, 국토부에서 그게 이제 결정이 되면 저희하고 신청을 하거나 현상 변경이나 필요한 절차를 밟게 될 것입니다. 그전에도 사전에 저희가 협의를 하도록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이상규 위원 청장님, 그러니까 안 하셨다는 얘기잖아요, 그렇지요?
◯문화재청장 김찬 지금 새로운 항로는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요……
◯이상규 위원 자, 보십시오.
2012년 2월 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15만t 크루즈선의 안전하고 원활한 입출항을 보장하기 위해 항로법선을 기존 77도에서 30도로 변경하였다’, 국가정책조정회의 이것 정부에서 한 것 아닙니까?
청장님, 이것 모르고 계셨어요?
◯문화재청장 김찬 지금 2007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상규 위원 2012년 2월 29일……
◯문화재청장 김찬 아니, 그러니까 그 항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아서 그 부분은 저희가 아직……
◯이상규 위원 여기 정부 문서에 결정됐다고 나와 있지 않습니까?
◯문화재청장 김찬 그것은 다시 저희가 관계부처하고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
◯이상규 위원 국방부장관님.
◯국방부장관 김관진 예.
◯이상규 위원 지금 일이 이렇게 굴러가고 있어요. 정부부처 사이에서도 손발이 안 맞습니다, 지금.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국방부장관 김관진 그 문제는 정부 내에서 협력 체제가 잘 이루어져 가지고 제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걸로 제가 알고 있는데, 방금 질의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보다 좀, 제가 지금 문서를 못 봤기 때문에 더 검토를 해 보겠습니다.
◯이상규 위원 여기 해군의 ‘기본계획 보고서’에 나와 있는 409쪽을 제가 읽어 드리겠습니다. ‘본 사업 대상지 주변의 천연기념물 등 보호구역 및 보전지역과 저수심대에 의한 제약이 상존해서 법선 기준을 만족하기가 곤란하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77도에서 30도로 바꾸었다면 당연히 이 부분, 저수심대(10m이하) 그다음에 천연기념물하고 생물권보전지역 전부 다 당연히 검토를 해야 되는데, 정부에서는 결정을 해 놓고 이 사전 검토를 하나도 안 한 겁니다.
◯국방부장관 김관진 예, 사전에 저한테 그 내용에 대해서 스터디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셨으면 명확히 스터디해서 제가 답변을 드릴 텐데, 구체적으로 내용에 대한 것을 제가 숙지를 못 하고 있습니다.
◯이상규 위원 여기 보십시오.
해군기지사업단 윤석한 대령이 기자들에게 한 이야기인데요, ‘항로 법선 조정한 것은 사실이다. 군함이 범섬 인근으로 가까이 가는 것도 맞다…… 항로를 30°로 한 것은 악천후 시에 대비한 항로다. 항로 변경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가 필요하다’, 사업단장도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장님.
◯문화재청장 김찬 예.
◯이상규 위원 아니, 나라 일을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문화재청장 김찬 그것은 지금……
◯이상규 위원 변경된 항로에 들어온 저수심대를 준설하고 굴착하려면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기존 매립 실시 계획의 변경 승인(38조 4항)을 받거나 사용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고,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해야 하는 것이 현행법입니다. 해군이 이런 거 다 무시하고 이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겁니까?
그다음에요, 더욱 큰 문제가 있습니다.
15만t 크루즈선 2척을 계류시키기 위해서 서측 돌제부두를 가변식으로 변경하면 오히려 어떤 문제가 생기냐 하면요, 대형 수송함(LPX) 1척하고 KDX-3 1척이 계류할 곳이 없어집니다. 해군기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국방부장관 김관진 그 내용에 대해서는 ‘크루즈선박의 원활한 기항을 위해서 일부러 돌제부두를 가변식으로 만들어서 이상이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렇게 저는 보고를 받았고, 그 사실관계는 제가 그렇게 내용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이상규 위원 그러니까 민간항 쪽의 크루즈선 2척을 위해서 해군 대형 수송함하고 KDX-3, 이 2척이 오히려 계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겁니다.
◯국방부장관 김관진 나머지 지역에 또 부두가 있기 때문에 계류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합니다.
◯이상규 위원 여기 해군이 ‘조사 및 실험보고서’ 한 게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의하면요, 40노트 바람이 불었을 때를 가정해서 15만t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을 때 대형 함의 입항 난이도가 7 그리고 6입니다.
(자료를 들어 보이며)
아마 멀어서 잘 안 보이시겠지만 여기 지금 빨갛게 된 부분입니다.
◯국방부장관 김관진 통상적으로 27노트 이상이면 태풍으로 보기 때문에 대개 기항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40노트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규 위원 해군기지 설계․시공 입찰안내서에는 풍속 최대 60노트로 설계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의 3분의 2입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