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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Feb 27. 2017

송파 지하차도 싱크홀의 의문

과연 지하철 공사만의 문제인가?

2014년 8월 5일, 석촌지하차도 바로 앞 도로가 푹 꺼지면서 큰 구멍이 생겼다. 일명 싱크홀!
석촌호수 남쪽에서 몇 번 발생한 도로함몰-싱크홀이 석촌지하차도까지 발생범위가 넓어지고, 규모도 커진 것이다.

서울시에서 바로 조사단을 꾸려 주변 도로를 시추해보니 6개의 싱크홀이 추가로 발견되었고, '동공3'으로 이름 붙인 싱크홀은 길이가 무려 80미터나 되는 터널 같은 놈이었다.

세월호 유족들이 국회와 청와대에서 농성을 하던 때라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재난현장을 외면할 수 없었다. 사고의 원인과 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초기의 현장 확인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현장을 찾아 사진도 찍고, 주변 건물도 살펴보고, 주민들 의견도 들었다. 싱크홀이 발생한 도로는 지하철 9호선 공사구간 위였다.


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 며칠 후에 석촌호수 주변 일대를 탐문하고, 석촌호수 관리소와 송파구청 담당부서, 롯데타워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롯데타워 건설이 시작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석촌호수 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롯데 측에서 차수벽 역할을 하는 '슬러리월'을 지하 20미터 깊이로 빙 둘러쳤는데도 암반층인 지하 30미터 밑바닥에서 하루 400-600톤의 지하수가 유입되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이 석촌호수 물이라고 보면 주변으로 흘러가던 지하수들이 급격히 고갈되어 물길이 가느다란 동공으로 바뀌고 싱크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 문제는 석촌호수 일대가 한강 주변 모래층이란 사실이다. 여기에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올리는 것도, 지하철 공사를 하는 것도 모두 적절하지 않다.
이중삼중 안전장치가 확보되지 않는 한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민들 반응이 묘했다. 송파에 산다는 분들의 제보는 롯데타워도 걱정, 싱크홀도 걱정, 아이들 어린이집이나 학교 보내는 일도 걱정인데, 직접 만난 분들은 하나같이 별일 없다는 투였다. 집값이 떨어질까봐 현실을 부정하고, 정직함까지 팔아넘기는 듯하여 씁쓸했다.



공사가 중지된 9호선 굴착현장에도 갔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직원들이 나와서 함께 지하 20미터가 되는 곳에 들어가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일본 최신 굴착기계(실드)를 들여와 지하에서 수평으로 땅을 파들어가는 무진동, 무소음의 실드공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싱크홀과 지하철공사는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다.
토사량이 계획양보다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측량의 임의성을 들어 계획량과 실제 굴착량은 늘 차이가 있다는 답변을 했다.

실드공법이 최신공법인 것도 맞고, 소음과 진동이 상당히 감소하는 것도 맞고, 이전 실드공법에서 싱크홀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것도 맞다.
그러나 삼성물산 직원들은 호박돌이 굴착기 앞면 커터날에 끼여서 공사가 여러 차례 중지된 적 있다는 사실은 결코 털어놓지 않았다. 공사가 중지된 지점과 동공발생 위치가 대체로 일치한다.


굴착기 앞면 커터헤드가 회전하면서 1미터 정도 파들어가면, 기계를 뒤로 빼고 터널 마감재가 되는 콘크리트 패널조각들을 원형으로 붙이고는 패널과 땅 사이 틈을 메우는 채움재를 쏘는데 이게 엄청 많이 들어간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숨겼을까? 아니라면 삼성은 공사관리에 있어 안일함을 넘어 무능하고 무책임한 기업일 수밖에 없다.

석촌지하차도 7개 싱크홀 내부에서 채움재가 발견됨으로써 싱크홀 원인이 지하철 공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이 그렇게 자신했던 실드공법의 신화가 무너지고 공사관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7개 싱크홀 중 가장 큰 '동공3'에 직접 들어가 보니 완전 의외였다.

지반침하나 토사유실로 생길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싱크홀 양쪽 벽면은 기계로 파내려간 듯 반듯했다. 물렁물렁하거나 손으로 만져도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한 눈에 이건 지하를 파내려 간 공사현장과 똑같았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한 싱크홀 내의 노란 페인트 통

그렇게 살펴보는 중에 싱크홀 바닥에 고인 물속에 노란색 페인트 통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시추 구멍을 뚫고 처음 들어온 모습 그대로이지 자기들이 뭘 새로 갖다 놓거나 변형시킨 것이 없다고 했다. 어두워서 전선과 전등만 설치했다는 것이다.

형태만이 아니라 물증까지 분명했다. 다른 작은 동공들은 지하철공사 중 진동에 의해 생길 수 있겠지만 동공3은 이미 터널처럼 인공적으로 파놓은 공간이었다.

이런 정황증거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조사단은 이 동공을 최근에 형성된, 즉 지하철공사로 인해 만들어진 싱크홀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싱크홀 현장에서도, 국회 토론회에서도 이 사실을 알렸지만 추가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당히 유감이다. 석촌지하차도를 70년대에 서울시 동부도로사업소가 시공했다고 한다. 당시 세월호 사건, 당해산 심판 등 굵직한 사안들이 아니었으면 의원실 자체로 추적조사를 했을 텐데 미완의 숙제로 남게 되었다.




첨부자료: 송파 싱크홀 관련 인근 주민 및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 석촌호수 인근 주민 1 :
- 호수의 수량이 실제로 다소 줄어들었다.
◯ 주민 2 : 
- 외부에서 지나치게 싱크홀 문제를 부각시켜 주민들 불안감 조성하는 거 아니냐?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 필요하다
◯ 주민 3 :
-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이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 석촌호수 관리소 :
- 제2롯데월드 올라가면서 물이 빠졌다. 동호-서호 합해서 6만평이 넘는데 한뼘(15cm내외)이나 빠졌으니 굉장한 양이다. 전에는 수동으로 수위측정했는데 지금은 자동으로 바꾸었다.
- 물이 빠지면 롯데측에서 펌프로 물을 퍼올려 수위를 맞춘다. 전에 이렇게 물빠진 적이 없었다.
- 이 주변이 모래지반이다. 석촌호수가 원래 한강본류였다가 하천정비하면서 호수로 만들었기 때문에 주변이 모래사장이었던 곳이다.

◯ 송파구청 푸른도시과 :
- 제2롯데월드 각종 사고와 싱크홀 등이 겹쳐 구청에서도 민감하게 문제를 보고있다.
- 기존 싱크홀은 상하수도 노후화와 누수가 관련될 수도 있는데 비해 이번 싱크홀은 워낙 크고 누수도 아닌 듯 하다.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 수자원공사에서 물값을 받지 않았을 때는 석촌호수에 물이 빠져도 충분히 채웠는데 물값 때문에 롯데측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구청에 내는 연간 임대료도 70억 가량 된다.
- 제2롯데월드 건물 안전성도 중요하고, 석촌호수 누수해결과 수질개선, 수변공원화를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 롯데건설 초고층부문장 :
- (석촌호수 물이 계속 빠진다. 롯데월드 공사와 연관성 어떤지?) 지하수 과련 설계용량은 하루 1350톤이었다. 현재 400-600톤 나오니까 설계보다는 상당히 적은 양이다. 
- (펌핑 방식이 아니라 차수벽 방식으로 하지 않은 이유는?) 옆면은 전부 차수막과 방수벽으로 쳤다. 밑바닥만 수압에 의해 지하수가 차오르는데 그 양이 많지는 않다고 본다.
- (석촌호수 주변 지반이 모래여서 안정성 문제 있을텐데) 사질층이 맞다. 그런데 10 또는 15m까지만이다. 그 다음은 암반층인데 지하6층 밑 30m 깊이에 암반이 지반구조이기 때문에 두바이의 건물보다 훨씬 안전하다. 어제 처음으로 기자를 초청하여 기술브리핑을 하였다.
- (롯데월드 공사 이후에 싱크홀이 계속 발생한다) 뭐라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워낙 예민해서 아니라고만 할 수도 없고. 다만 상하수도 노후화나 지하철공사 롯데공사 지질구조 아니면 또다른 원인인지 명확하지 않아 우리도 좀 답답하다.
- (1년전 기사에 메가기둥 균열문제가 나왔다. 완전히 해결되었는지) 메가기둥은 건물 전체를 떠받치는 중심 구조물이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당시에 대한건축학회, 초고층학회 2곳에서 코아링, 비파괴검사 포함하여 정밀검사했고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료도 찾아줄 수 있다. 그런데 지금도 계속 문제가 있는 것처럼 되어있어 우리도 힘들다.
- (용접불똥에 의한 화재, 고공작업 추락사고 등 워낙 사고가 많은데 대책은) 현장문제를 잘 아시니, 사실 산재예방 신경은 쓰는데 쉽지않다. 화재감시 등 안전요원만 280명을 풀었다. 노동부, 서울시 지정 4개기관, 구청, 감리사로부터 정기-부정기 감사를 받는다. 거의 365일 매일 감사를 받는 셈이다. 안전에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
- (오늘은 시간이 없이 현장을 못 둘러보고 이른 시일안에 현장방문을 하고싶다) 우리로서는 곤욕스러운 일이나 언제든 오시면 안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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