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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관식 Oct 01. 2015

우리의 실패는 악하지 않다

실패를 바라보는 또 다른 단상

우리는 흔히 실패란 단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실패하면 안돼, 반드시 성공해야 해'


이런 생각에 제 자신이 묶어 두고 성공 프레임으로 제 가치관을 비춰봅니다만, 모든 것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진작 포기할 걸 혹은 실패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어도 해봤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고, 알 수 있었던 것도 많았거든요. 그 만큼 성공을 향한 길은 성공과 실패의 어감만 다를 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같다고 생각합니다.


꼭 실행(성공)한다고 해서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지만, 포기(실패)한다고 해서 불행하다는 근거도 없거든요. 


"실패에서 배우는 문화가 성공 교훈보다 더 커요. 그래서 우리는 그 때마다 찐하게 파티를 열죠" 일카 파나넨 수퍼셀 CEO(사진=서울디지털포럼)


크래시 오브 클랜으로 잘 알려져 있는 '수퍼셀'과 인텔렉추얼 벤처스(I.V.)는 기본적으로 팀원이 실패를 하면 축하파티를 엽니다. 실패 자체를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향한 가는 길목에서 실패는 또 하나의 자양분이 되고, 배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흔히 대기업이나 일부 기업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매몰비용이 상당하고 시장에서 성공확률이 떨어짐을 모두가 잘 아는 데도 중간에 방향키를 바꾸지 않습니다. 물론 그러기 쉽지 않지만 생각을 바꿔보는 시각도 필요합니다.


실패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서도 안 될 것입니다. 전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는 "의학이나 과학분야 등 어떤 연구가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해도 그 연구는 분명 기여한 바가 있다"며 "그 길을 다시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잘 실패한다면 또 다시 실패할 기회를 얻습니다. 핵심은 실패를 하더라도 신속하게, 값 싸게 실패하자는 것이죠.


관심을 갖고 주위를 잠시 돌아보면 스마트하게 실패하고, 일찍 포기해서 다른 방향에 역량을 집중해 성공한 기업이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수퍼셀도, 인텔렉추얼 벤처스도 그렇고요, 아마존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는 악하지 않습니다. 만약 하나라도 악하게 여긴다면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실패를 피하려 하고, 감추고, 성공을 부풀려 예견할 것입니다. 실패가 아닌 일시적인 '차질'에 불과할 때도 말입니다.


챌린저호 이륙과 동시 폭발한 당시 사진. 이러한 사고는 더 이상 없어야 겠습니다.


1986년 1월 28일 일어난 챌린저호 폭발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챌린저호의 고체 추진 로켓을 제작한 업체인 모턴 티오콜의 수석 엔지니어 앨런 맥도널드는 발사 현장에서, 당시 발사 장소인 플로리다의 차가운 날씨 때문에 우주선 추진 로켓에서 고인의 가스가 새는 것을 막는 원형 고무링이 훼손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하게 어필합니다. 하지만 NASA 측은 그대로 강행합니다. 맥도널드는 격분했지만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 결과는 모두의  생각대로입니다. 이륙 73초 만에 공중 폭발해 탑승자 전원 사망이라는 참담한 결과만 가져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당분야에 정통한 이들이 실패 원인을 정확히 예상했지만, 의사 결정자들이 프로젝트의 치명적 결함이 있음에도 이를 포기했을 경우 돌아올 비난에 더욱 비중을 뒀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포기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첫 번째는 매몰비용 때문입니다. 해당 프로젝트에 들인 돈과 시간, 노력 등 때문에 쉽사리 포기하지 못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포기는 실패의 징후라는 말이 뇌리 깊숙이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실제로 비용에만 주목하고 대신 '기회비용'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 때문입니다.


때론 눈에 보이는 아쉬운 결과에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 때문에 자신을 비롯한 여러 집단과 기업을 송두리째 위기로 몰아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패는 부정어로 보기보다 또 다른 성공을 위해 약간 더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실패도 스마트하게 잘 하는 사람이 성공에 더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지금 껏 기록하지도, 모른 척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 위 내용의 일부는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쓴 <괴짜처럼 생각하라>를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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